한국 아이돌그룹의 선전에 힘입어 K-팝이 동남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국에서까지 주목받고 있는 요즘,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신명 많은 민족이 바로 우리라는 사실은 굳이 옛 고서를 들춰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K-팝이 아니라 전통 음악인 국악 그 중에서도 가야금 소리에 매료돼 가야금 전도사를 자처한 파란 눈의 외국인이 있다. 배재대 국제학부에서 동아시아학을 가르치고 있는 조세린(41) 교수.
▲ 한복 맵시가 고운 조세린 교수는 자신에 대한 관심을 계기로 더 많은 한국인들이 국악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악당] |
그렇게 다양한 악기를 배우며 음악의 폭을 넓힌 조 교수는 일본의 전통악기인 '고토'를 접하면서 아시아의 전통 현악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고토'를 배우면서 서예도 함께 배웠는데, 서예를 하면서 중국에도 '고토'와 비슷한 '쟁'이라는 악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쟁'은 과연 어떤 소리를 내는 악기일까 궁금해진 조 교수는 바로 중국으로 건너가 '쟁'을 배웠고, 그러면서 한국의 전통 현악기 '가야금'에 대한 이야기도 듣게 됐다.
'고토'와 '쟁'을 배우기 위해 일본행도, 중국행도 마다않던 그녀가 한국행을 결심한 것은 당연한 일. 1992년 국립국악원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가야금 공부를 시작했다. 스물 두 살의 미국인 '조셀린 클락'이 '조세린'으로 살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궁금하던 가야금 소리를 듣고 처음엔 실망했다고. 밝고 경쾌한 소리의 '고토'나 '쟁'에 비해 가야금의 음색은 어두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 교수는 멈추지 않았다.
“내가 더 열심히 하면 되겠지… 하면서 CD로 계속 가야금 연주를 들었고, 토요상설국악마당 같은 데도 늘 가서 들었지요. 그랬더니 차츰 가야금 소리가 이해되고 사람 목소리와 비슷한 가야금 소리의 매력을 알겠더라고요.”
▲ 지난 10월 15일 서울 북촌에서 무무헌과 가야금산조라는 타이틀로 열린 연주회에서 가야금 산조 연주를 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한국 전통음악의 매력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조세린 교수의 희망에 박수를 보낸다. 사진은 3Z플러스의 정일련과 공연하고 있는 조 교수. |
조 교수는 가야금에 입문한 이후 쟁쟁한 가야금 대가들의 지도를 받았다. 국립국악원에서는 서울대 이지영 교수와 지애리, 강정숙 선생에게 가르침을 받았고, 지성자 선생에게는 가야금 산조를, 강은경 선생에게는 가야금 병창을 배웠다. 황병기 선생의 신곡을 연주하기 위해 황 선생의 가르침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가야금을 배우는 동안에도 조 교수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학업을 계속하며 2005년에는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도 받았다.
그렇게 바쁘게 지내는 게 생활화된 조 교수는 요즘 부쩍 더 바빠졌다. 인터뷰 요청도 많아졌고, 국립국악원 6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대회에서 할 발표 준비도 해야 하기 때문. 12줄 가야금 현에 행복과 희망을 얹어 자신만의 음악을 연주하는 조 교수는 앞으로의 희망을 이렇게 말한다. “20년 동안 가야금을 배웠는데, 아직도 모자라는 것 같아요. 산조도 더 잘하고 싶고, 발음 때문에 어려운 가야금 병창도 더 잘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정말 가야금을 잘 뜯는 연주자로 남고 싶어요”라고. 온라인뉴스팀=이은미 프리랜서 기자
● ‘가야금 전도사’ 배재대 조세린 교수는?
미국 알래스카 출신인 조세린(미국명 조셀린 클락)교수는 1992년 국립국악원에서 가야금을 익히기 시작했다. 1993년과 95년 99년, 세 차례에 걸쳐 KBS 외국인 국악 경연대회에서 가야금 부문 대상을 받았고, 독일 국제음악제에서 명예상을 수상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국악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하버드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고, 미국과 유럽은 물론이고 한국서도 다양한 연주회를 열고 있다.
2001년, 다국적 앙상블인 ‘3Z플러스’ 연주활동을 하고 있는 조세린 교수는 2008년부터 배재대학교 국제학부에서 학생들에게 동아시아학을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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