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낙빈 대전지방기상청장 |
이렇듯 국민들의 관심사인 하루의 날씨는 언제부터 예측해 발표하기 시작했을까? 역사를 되돌아보면 파리의 천문대장인 르베리에는 영국박람회를 관람하고 고국 프랑스로 돌아와서는 정부에 일기도의 효용성을 건의했다.
하지만 정부는 '그런 쓸모없는 곳에다 국가 예산을 투자할 수 없다'고 르베리에의 의견을 묵살했다. 정부가 극구 반대를 하니 프랑스에 기상청이 설립되는 것은 요원한 일인 듯 보였다. 그러나 1853년 크림전쟁이 발발했고 뜻하지 않은 사고가 일어났다. 전투를 벌이다가 휴전을 하고 있는데 강풍이 갑작스럽게 몰려와 프랑스 함대를 산산조각 낸 것이었다. 그제서야 프랑스는 르베리에의 말이 옳다는 것을 깨달아 기상청을 설립했고 그 후 기상학이 급류를 타듯 빠르게 발전했다.
이렇듯 우리의 일상에서도 날씨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기상청은 가까운 친구가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는 지를 짐작하는 것처럼, 우리에게 어떤 기상현상들이 나타날지를 과학적 방법으로 분석, 예측하여 국민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예보의 종류를 살펴보자. 먼저 동네예보는 읍ㆍ면ㆍ동 단위의 상세 날씨예보로 지역, 시간별 차이로 인한 불편을 최대한 해소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주간예보는 여가활동이나 각종 행사 플랜을 위해 점차 그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일 2회 모레부터 향후 7일까지의 날씨를 발표하고, 2009년부터는 변동 가능성을 사전에 제공하는 신뢰도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1, 3개월 예보는 흔히 말하는 장기예보로 기온, 강수량 등에 대한 개괄적인 예보를 말한다. 한반도 전역을 12개 권역으로 구분하여 지형적 특성과 기후값을 반영하여 지역별로 발표한다.
그 날, 그 달, 그 해의 일기는 개인이나 국가 경제 전반에 막중한 영향을 미친다. 날씨에 민감한 1차 산업은 말할 것도 없고 2, 3차 산업까지 날씨에 의해 희비가 엇갈린다. 비가 10㎜ 이상 내리면 레스토랑 매출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겨울철 백화점 바겐세일은 섭씨 영하 6 때 하면 매출이 급신장한다. 또한 맥주 판매량은 흐린 날에는 평소의 92%로 떨어지고, 맑은 날에는 섭씨 1 상승할 때마다 4%씩 올라간다.
이처럼 일기를 잘 이용하면 돈이 절로 들어온다. 실례로 1994년 여름, 한 전자 업체가 그해 처음으로 에어컨 사업에 뛰어들면서 올 한반도의 여름은 몹시 무더울 것이라는 예보 자료를 긴급 입수해서 에어컨의 주 부품인 냉매 압축기를 경쟁 업체보다 월등하게 많이 확보하였다. 전국이 섭씨 38를 넘나드는 살인적인 더위가 연일 계속되었고, 많은 지역에서 관측 이래 최고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폭발적인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엄청난 수익도 창출하였다.
기초과학의 최고 발명품인 일기예보는 활용 여부에 따라 기업의 흥망성쇠가 결정되고, 나라의 백년대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항상 일기예보를 곁에 두고, 이용하는 습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