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고 아픈 엄마를 돕기 위해 고향에 돌아온 스키터. 지역 신문에 칼럼을 쓰면서 친구의 가정부 에이블린에게 도움을 받았던 그녀는 에이블린에게 흑인 가정부로 사는 이야기를 책으로 써보자고 제안한다. 차별, 불만을 말하는 것이 금기이던 시대, 두 사람의 불온한 '비밀모의'는 따뜻하고 유쾌한 혁명을 불러낸다.
혁명이라고 해서 거창한 건 아니다. 백인 주인 여성들이 테이블에 모여 앉아 카드게임을 하는 동안, 시중들던 흑인 여성들이 부글부글 끓던 속내를 드러내는 정도다. 사건이라고 해봤자 까다롭게 구는 주인 음식에 '몹쓸 것'을 넣는 게 고작이다. 하지만 주인 화장실을 썼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가정부 미니가 가담하면서 작은 돌멩이가 일으킨 동심원은 점점 넓게 퍼져간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사건도 없고, 특별한 스타 배우가 없다고 해서 심심할 거라 예단한다면 틀렸다. 출간 이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를 103주 동안 지킨 캐서린 스토킷의 동명 원작은 만만한 텍스트가 아니다. 인종차별, 가진 자와 없는 자의 불평등, 인권문제에 여성 연대까지 다양한 코드가 담겨 있다. 테이트 테일러 감독은 눈물 쏙 빼는 영화로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눈물 대신 웃음과 감동을 선택했다. 미국에서 개봉된 지난 8월, 블록버스터 '혹성탈출'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3주 연속 1위를 차지한 힘은 거기서 나온다.
가정부로 살아오면서 백인 아이 17명을 키운 에이블린이 정작 차사고로 잃은 친자식 이야기를 들려줄 때, 스키터가 자신을 길러준 가정부 콘스탄틴을 기억할 때, 백인 사회에서 왕따 당한 셀리아를 미니가 감싸 안아줄 때 전율이 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 지점엔 언제나 뜻밖의 유머가 기다리고 있다. 스키터 역의 엠마 스톤, 에이블린 역의 바이올라 데이비스와 미니 역의 옥타비아 스펜서. 울리고 웃기는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하다. 아마도 내년 아카데미상은 온통 이들 몫이 아닐지.
무엇보다 재미있다. “용기를 내”하고 등을 슬쩍 떠미는 이 영화의 답은 영화에 삽입된 밥 딜런의 노래가 들려준다. “두 번 생각하지 마. 괜찮거든.” 어쨌든 피부색을 떠나 손을 맞잡는 여성들의 연대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안순택 기자 soo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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