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배]대단한 리더도 처음은 초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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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배]대단한 리더도 처음은 초라하다

[목요세평]김원배 목원대 총장

  • 승인 2011-11-02 14:05
  • 신문게재 2011-11-03 20면
  • 김원배 목원대 총장김원배 목원대 총장
▲ 김원배 목원대 총장
▲ 김원배 목원대 총장
“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는데 무엇인가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것인데 그것을 실현하는 게 이 땅에서 우리가 맡은 임무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글이다. 당신은 무엇인가 온 마음을 다해 원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노력해본 적이 있는가?

대구세계육상대회에서 장애인으로 주목을 받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는 “지난 2년 반 동안 일어나서 잠드는 순간까지 오직 올림픽에 가겠다는 생각만 했다”며 “다음 런던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한 사람의 장애인이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는 육상선수다. 우리나라에도 전 세계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스포츠선수들이 있다. 박세리, 박지성, 김연아 선수 등 모두 온 마음을 다해 오랫동안 꿈꾸어온 자리에 노력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그들의 처음은 화려함보다는 초라함이었다.

해마다 수십만명의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고 또 졸업하지만 이들에게는 꿈보다 상처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대학에 들어오면서 취업이 잘 되도록 전공을 바꾸는 전과와 다른 대학으로의 편입을 생각하고, 졸업을 앞두고는 내세울만한 곳에 취직 안 되느니 아르바이트로 살아보겠다고 다짐을 하는 청년들이 부지기수다. 자신의 집안이, 학력이, 인맥이 별볼일 없어서 그리고 '운이 없어' 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허다하다. 이들에게는 어떤 일에 도전하고자 하는 의지도 노력도 모자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는 다른 사람의 실패에 너무 냉정하다. 인생을 살다 보면 지금의 내 나이에도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이 더 많다. 이를 성공과 실패로 나누면 실패 쪽이 더 강력하다. 더 나아가 나와 상관없는 억울한 일까지 수도 없이 생긴다.

이렇게 인생의 긴 여정에서 중요한 것은 원망과 푸념이 아니라 어떻게 극복할지를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일 테다. 젊은이들이 꿈꾸는 성공하는 삶은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꾸준한 노력에서 나온다. 그래서 널리 알려진 유명한 리더들에게 그들만의 성공스토리를 들어보면 반드시 별 볼일 없었던 젊은 날의 일상이 턱 하니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초라한 젊은 시절을 참고 견디었을 때 그들의 인생 후반부는 빛이 나는 것이다.

대학은 리더를 길러내는 곳이다. 이들은 지식으로만 무장할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극복하는 내면의 힘을 더욱 길러야 한다. 인생의 굴곡진 곳곳에 숨어있는 난관을 극복하는 원동력은 쌓아놓은 지식의 힘이 아니라 지식을 활용해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내면의 지혜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학 진학률이 OECD국가들 중 최상위인 82%에 이른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졸자의 취업률은 50%밖에 안 된다. 대학은 또한 이런 취업률로 전국 순위를 평가 받는다. 그래서 대학 신입생들은 대학에 들어오자마자 취업준비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다.

대학생들이 미래 대한민국의 리더로서 길러야 할 도전과 좌절의 극복, 실패에 맞서는 대범함을 도무지 가르칠 수도 배울 수도 없는 환경이 되어버렸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쉽고 안전하고 실패하지 않을만한 것들만 권장한다. 나는 우리의 젊은이들이 길을 가다가 넘어지면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갈 길을 가는 묵묵함을 대학생활에서 반드시 익혔으면 좋겠다. 나는 또 우리 모두가 20대들의 도전의식을 높이 사 그들이 하는 일이 당분간은 별 볼일 없어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계속 붙잡으라고 모두 박수 치면서 기다려주는 분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그다지 화려하지 않은 20대를 보내놓고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실패 없이 반듯한 리더로서의 길만 걸어가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나는 미래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멋진 지도자가 우리대학에서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의 대학문화는 이들을 감싸주고 격려하고 어려운 길을 잠시 같이 걸어가 주는 동반자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나는 또 우리대학의 젊은이들이 자신의 넘치는 지식을 자랑하기 보다는 그 지식을 인생의 주춧돌로 삼고, 아프고 쓰린 경험을 남과 나누고, 넘어진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같이 걸어가는 따뜻한 리더가 되기를 바란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새봄이 돌아와 새로운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캠퍼스를 나는 벌써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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