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철]권력욕에 희생된 조선후기 개혁가 재조명

[강신철]권력욕에 희생된 조선후기 개혁가 재조명

나라를 망친 노론세력이 현대까지 이어져오고 있다고 주장

  • 승인 2011-11-01 14:23
  • 신문게재 2011-11-02 10면
  • 강신철 백북스 운영위원장강신철 백북스 운영위원장
[백북스와 함께 읽는 책-윤휴와 침묵의 제국]

저자 이덕일은 충남 아산에서 태어나 숭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동북항일군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역자학자로서 특정 사관이나 학맥에 사로잡히지 않고 사료에 대한 철저한 고증과 객관적 해석을 통해 삐뚤어진 역사를 바로 잡고자 노력해왔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고조선은 대륙의 지배자였다' 등이 있다.

▲ 윤휴와 침묵의 제국
▲ 윤휴와 침묵의 제국
백호 윤휴는 1617년(광해군 9)에 태어나 북벌을 주장하고 신분차별을 없애고자 고군분투하다가 1680년(숙종 6)에 서인들의 모함을 받아 유서조차 남기는 것을 거부당한 채 억울하게 사약을 받은 조선 후기의 대학자이다. 대사헌을 지낸 아버지 효전(孝全) 임지인 경주부의 관사에서 태어나 두 돌 못 미쳐 아버지를 여의고 서울로 돌아와 편모슬하에서 자랐다.

한 때 공주에서 학문에 전념하기도 했으나, 주로 여주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 장년에는 서울 쌍계동에 거처를 잡고 여주를 자주 왕래하였다. 어린 시절의 학업은 외할아버지의 훈도가 있었을 뿐 거의 독학하다시피 하였다. 그러나 그의 학문은 19세 때 이미 당대의 석학이자 노론의 영수인 우암 송시열과 3일간의 토론 끝에 송시열이 “30년간의 나의 독서가 참으로 가소롭다”고 자탄할 정도로 높은 경지에 이르고 있었다.

초야에 묻혀 학문에만 전념하던 그가 세상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1674년 7월에 청나라에서 오삼계(吳三桂)의 반란이 일어난 소식을 듣고 북벌을 주장하는 대의소(大義疏)를 지어 현종에게 올린 것이었다. 북벌을 계획하던 현종이 갑자기 승하하고, 숙종이 즉위한 뒤인 이듬해 정월에 정4품 벼슬인 성균관사업의 직을 받고 출사한다. 5개월 만에 대사헌에 오르고, 이어서 판서직을 몇 차례 거쳐 우찬성에 올랐다가 이듬해 경신환국의 정변으로 사사(賜死)되었다.

당색을 띠는 것을 싫어했던 윤휴가 서인들의 배척을 받기 시작한 것은, 그가 주희가 편집한 중용의 장절을 달리 구분하여 자신의 주석을 붙인 데서부터 시작되었다. 주희를 성현의 반열에 올려놓고 그의 말이나 글은 일점일획도 고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송시열은 윤휴를 직접 공격하고 나섰고, 이때부터 윤휴와 서인들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인조반정으로 주도권을 장악한 서인들과 윤휴의 충돌은 효종이 죽은 뒤 자의대비의 상복을 둘러싼 예송논쟁을 발단으로 더욱 본격화 되었다. 무조건 당략에 유리한 쪽으로 견해를 통일해야 한다는 몰지성적 사고가 팽배해 있었던 당시, 예송논쟁은 이미 옳고 그름을 떠나 정치 문제가 되어 있었고 성리학은 권력을 위한 도구로 전락해 있었다.

주자학자들은 사대부 계급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백성을 교화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반면, 윤휴는 백성을 교화의 대상이 아니라 계급적 차별이 없는 자신 이외의 천하라고 여겼다. 그가 출사한 이유인 북벌을 추진하려면 국가가 강해야 하고 국가가 강하려면 백성들이 부유해야 했다. 백성들이 부유하게 되려면 양반사대부의 계급적 특권이 폐지 또는 완화되어야 했다. 그러나 그가 제안한 지패법, 오가통법, 호포법 등 대부분의 개혁안은 서인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었다. 결국 윤휴의 북벌론과 사회개혁 의지는 인조반정 이후 취약해진 왕권과 서인들의 권력 장악에 짓눌려 뜻을 이루지 못하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윤휴가 죽은 이후 그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조차 금기시 되고 조선은 오랜 침묵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노론은 자신들과 다른 정견을 가진 국왕 경종을 독살하고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어 죽이는 등 정치공작을 자행했다. 그렇게 노론은 조선이 멸망할 때까지 집권하고, 조선이 멸망할 때는 일제에 가담했다. 그들의 후예가 오늘 날에도 정치권력과 부, 언론, 역사학계 등을 장악하며 현대판 노론의 맥을 잇고 있다고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 진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