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니 볼 |
오늘날 스포츠에서 자본이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뉴욕 양키스에 비해 형편없는 성적을 거두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오클랜드는 103승으로 양키스의 승수와 같은 승수를 거두는 놀라운 성과를 연출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가난한 구단이 2000~2003년 4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그 뒤에는 메이저리그 천재 단장으로 불리는 '빌리 빈'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2009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지난 10년간 모든 스포츠 종목을 통틀어 가장 우수한 단장 10명 중 한 명으로 그를 꼽았다.
2004년에는 미국 금융 월간지 '스마트머니'에서 미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파워 엘리트 30인에도 뽑혔다.
▲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구단의 단장 빌리 빈의 이야기를 담은 2003년에 발간된 마이클 루이스의 책 머니볼의 동명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은 브래드 피트. |
야구에서 만능선수라 할 수 있는 '파이브 툴'(5 tool) 선수였던 그는 또래의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뛰어났다. 1980년 드래프트에서 뉴욕 메츠에 1라운드 23번째로 뽑혔다. 하지만 모두의 기대와 달리 메이저리그에서의 그의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빌리 빈은 1984년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에 총 6시즌 동안 4개 팀을 거치면서 고작 148경기에 나갔다. 단일 시즌 동안 한 팀이 치르는 경기는 총 160경기로, 빌리 빈은 선수 생활을 통틀어 한 시즌도 제대로 못 치러낸 셈이다. 결국 그는 통산 타율 2학 1푼 9리, 66안타, 29타점, 3홈런이라는 한때 최고의 유망주였던 선수라고 하기엔 너무나 초라한 성적으로 은퇴했다.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빌리 빈은 전력분석원 일을 시작했다. 이후 단장 보좌관을 거쳐 마침내 1998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단장에 오르게 됐다. 사실 애슬레틱스는 1989년의 마지막 우승까지 포함해 총 9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명문 구단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에는 구단의 긴축 재정 탓에 좋은 선수를 영입하지 못해 결국 약체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빌리 빈은 그런 와중에 팀을 맡게 되었고, 그가 맡은 이후 정비된 팀은 4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이 책은 단순히 가난한 야구단의 성공 신화를 말하고 있지 않다.
빌리 빈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메이저리그가 오랫동안 믿어온 '돈은 곧 성적'이라는 신념을 멋지게 날려버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 대신 새로운 기준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끊임없이 저평가된 가치를 찾아냈다. 그리해 낮은 비용에도 최고의 효율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세계적인 스타 배우 브래드 피트가 빌리 빈 역할을 맡아 열연한 동명의 이 영화는 미국에서 개봉 당일 1위에 오르는 등 흥행을 거뒀다.
비즈니스맵/지은이 마이클 루이스, 옮긴이 김찬별ㆍ노은아/424쪽/1만5000원
박은희 기자 kugu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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