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특허전쟁의 무기, 특허정보

[수요광장]김영민 특허청 차장

▲ 김영민 특허청 차장

기업들이 특허전쟁시대에 살고 있다고 한다면, 특허정보는 기업들이 가지고 있어야 할 무기다.

최근 리비아 사태에서도 보았듯이, 다국적군은 토마호크 미사일, 최첨단 전투기 등을 앞세워 각본에 짜인 대로 적을 한 순간에 무력화 시켰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이들에게 무인정찰기, 위성사진 등 정보수집을 위한 수단이 있었기 때문에 막강한 화력들이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이다.

특허전쟁을 보면, 실제 전쟁과 유사하다는 것을 느낀다.

특허분쟁을 앞두고 있는 기업들은 소송 제기에 앞서 유사특허 존재여부 검색, 대상특허의 이력정보 등을 수집하기 위해 공격적인 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한 예로, 애플의 경쟁사들은 최근 몇 년간의 애플 특허출원 동향을 파악하여 아직 시중에 출시되지 않은 기술들을 분석하여 신상품을 예측하기도 한다. 이러한 활동들은 이미 특별한 것이 아니다. 특허전쟁에서 선도 기업들은 막강한 특허정보 수집력을 바탕으로 후발기업의 특허정보를 조사, 분석하여 소송, 라이선스협상 등의 방법으로 공격하고 있고, 최근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을 노리는 경우도 늘고 있다.

얼마 전, 반도체 검사장치를 제조하는 국내 우수기업은 미국의 경쟁사로부터 특허침해 소송을 당했다. 그러나, 전 세계의 특허정보를 끈기 있게 뒤져 상대의 특허를 무효 시킬 수 있는 선행특허기술을 찾아낸 결과, 2년 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하여 5년간의 지루한 특허전쟁을 끝냈다. 특허정보의 승리였다. 만일, 선행특허기술을 찾지 못했다면 회사 존립이 위태했을 것이다. 이처럼 실제 특허분쟁에서는 증거자료가 나중에 발견되거나 더 좋은 자료가 발견되어 불리하던 소송이 역전되는 경우도 종종 있어, 기업들은 양질의 특허정보를 빠짐없이 조사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이때 기업들은 특허정보를 효과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유능한 특허정보업체의 도움을 받게 되는데, 이러한 사실은 일반인들에게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특허정보업체는 개인, 변리사, 생산기업 종사자 등에게 전 세계 산업재산권 관련 모든 정보를 최적의 조건으로 제공하는 기업으로서 소송 외에도 기술동향분석, 기술경영전략수립, 기술거래, 자산평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특허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서비스는 톰슨로이터 등 외국 특허정보업체가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강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첨단 무기가 비싸듯이 기업들은 고급 특허정보를 얻기 위해 많은 비용을 부담하기도 한다. 특히, 외국 특허정보업체의 고급 서비스는 가격이 비싸 국내 중소기업이 쉽게 활용하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에, 활용하고 싶어도 활용할 수 없는 우리기업들의 마음을 애태운다.

국내기업이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내 기술정보를 전 세계에 보급하여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고, 전 세계 고급 특허정보를 쉽게 확보하여 기술개발에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특허정보제공 후발주자로서 특허정보 유통의 선순환 구조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특허정보업체가 육성되어 국내 기업이 전 세계 고급 특허정보를 저렴한 가격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특허정보시장 환경이 만들어 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국내 특허정보업체는 공보위주의 기본적인 데이터로 우리나라 특허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외국 특허정보업체처럼 특허정보 서비스의 종류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종류의 특허정보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원천데이터가 필요하다고 한다. 적절한 시기에 특허청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도 보고한 바와 같이 원천데이터인 특허정보 DB의 공개범위를 기존 85종에서 인용정보, 번역사전 등 20종을 추가확대하기로 하고 이용하기 쉽게 제공하기로 하였다. 이를 계기로 국내 특허정보업체는 다양한 종류의 특허정보를 국내기업에 값싸게 제공하고, 국내기업은 고급 특허정보를 적극 활용하여 특허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능력이 갖추어 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