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창단 최대 위기의 대전 (총괄)
2. 미완의 유상철 호
3. 대전의 위기와 기회
16개 구단 가운데 꼴찌를 간신히 면한 15위. 대전시티즌이 받아든 올 시즌 성적표다.
대전은 올 한해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롤러코스터 같은 한 해를 보냈다.
15위라는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 못할 만큼 많은 일을 겪었던 대전시티즌의 2011시즌을 돌아봤다. <편집자 주>
만년 꼴찌 후보 대전은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며 K리그 이슈 메이커로 부상했다.
4~5라운드 경기를 치른 후 대전은 창단 처음으로 2주간 리그 1위에 올라서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변' 내지는 '돌풍'이란 표현마저 부족했던 대전의 2주간 1위 질주에 힘입어 연간회원권도 1만5000권 이상 판매하며 원조 시민구단 대전의 가능성을 점치게 했다.
시즌 초반 강팀들을 격파하며 승승장구했던 대전의 성적은 4월부터 곤두박질 쳤다. 승부조작 수사가 시작된 4월 중순부터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대전은 승부조작 관련 혐의를 받은 선수들이 검찰에 불려다니면서 풍비박산이 났다.
초반 돌풍의 주역으로 뉴스메이커가 됐던 대전은 5월에는 승부조작구단으로 낙인 찍히면서 각종 이슈를 쏟아내며 회생불능의 상태에 빠졌다.
순위는 바닥을 쳤고 선수들의 사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승부조작 사건의 모든 책임을 지고 '대전시티즌 해체는 막아야 한다'는 심정으로 5월 29일 김윤식 전 대전시티즌사장은 자진하여 사퇴했다.
이후 이사회는 7월 1일 왕선재감독과 스카우트, 구단 팀장 2명에게 책임을 물어 사표를 수리했다.
2009년 시즌 중 송규수 사장과 김호 감독이 동반 사퇴하는 K리그 초유의 사태를 맞았던 대전은 2년 만에 또다시 시즌 중 사장과 감독이 모두 그만두는 일이 벌어졌다. 벌어져서는 안 될 일들이 또다시 재현되면서 대전구단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고 말았다.
성적은 끝없이 추락했고 구단마저 뿌리째 흔들리며 원조시민구단 대전시티즌의 존재 이유에 대한 심각한 도전을 받았다.
구단은 '이름만 빼고 모두 바꾸겠다'는 말로 제2의 창단을 선언한 대전은 쇄신안을 마련, 시민들과 팬들에게 환골탈태를 약속했다. 김광희 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았고 곧바로 제6대 대전시티즌 감독으로 유상철 전 춘천기계공고감독을 선임하며 사태수습에 나섰다.
구단과 선수단은 자구책 마련과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축구를 하기 위해 노력했고 유 감독 취임 이후 대전은 3승 3무 6패의 성적을 거두며 15위(6승9무15패)로 올 시즌을 마감했다.
대전은 경기가 아닌 경기 밖의 일들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면서 존재 이유 마저 위협받으며 정신없이 1년을 보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혹독한 1년을 보낸 대전이지만 그나마 불미스런 일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애정은 식지 않았다는 점이 대전에는 자산이며 희망이다.
올시즌 대전 월드컵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21만3553명, 평균 1만4237명이 찾았다. 이는 서울, 수원, 울산, 전북에 이은 5위의 기록이다.
2011년 불미스런 일을 겪고 2012년 부활을 준비하는 대전은 2013년 승강제 도입으로 또다시 도전을 받고 있다. '살아남을 것인가?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라는 갈림길에 선 대전이 내년시즌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라는 창단 이후 최대 숙제를 떠안게 됐다.
권은남 기자 sil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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