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승철]잡스의 눈물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심승철]잡스의 눈물

[중도마당]심승철 을지대병원 류머티스내과 교수

  • 승인 2011-10-31 14:44
  • 신문게재 2011-11-01 20면
  • 심승철 을지대병원 류머티스내과 교수심승철 을지대병원 류머티스내과 교수
▲ 심승철 을지대병원 류머티스내과 교수
▲ 심승철 을지대병원 류머티스내과 교수
신체 중 가장 예민한 기관은 어디일까? 그것은 바로 눈이다. 이 소중한 기관을 보호하는 것이 바로 눈물(tear)이다. 귀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 귀(ear)라는 단어가 숨어있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눈물이라는 영어 단어는 발음에 따라 찢어진다는 의미도 되는데 그만큼 가슴이 찢어지는 슬픈 고통의 산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눈물은 슬플 때만 흐르는 것은 아니고 기쁠 때도 또는 지겨울 때도 하염없이 흐른다.

최근 필자에게 두 줄기의 눈물이 흘렀다. 영화 '도가니'를 보고 난 후와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사망 소식을 접한 후다. 개인적인 인연으로 슬프다기 보다는 인생의 허망함을 느끼는 데서 오는 슬픔인 것 같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청바지에 검은색 터틀넥 셔츠로 연설하는 한 남자와 그에 열광하는 청중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세기의 CEO로 남부러울 것 없는 그였지만 그에게는 세 번의 눈물이 있었다.

첫 번째는 195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자마자 부모를 떠나 양부모에게 입양된 일이다.

두 번째는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난 일이다. 매킨토시와 리사 컴퓨터를 개발하면서 애플사의 핵심 엔지니어와 경영진 사이에 반목이 심해졌고 점차 주위 사람들은 스티브 잡스에 대한 배신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마침내 매킨토시 컴퓨터를 선보이고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었지만 시간이 흐르자 사람들은 맥(Mac)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았고 판매는 급감하였다. 워즈니악은 회사를 떠나고, 스티브는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세 번째는 췌장암 판정을 받은 것이다. 픽사에서 제작한 토이스토리의 대대적인 성공으로 단번에 억만장자가 되었으며 애플이 잡스의 넥스트 사를 인수하면서 13년 만에 다시 애플로 복귀하여 경영 컨설턴트로 활발한 활동을 하며 희망찬 미래가 보장되는 시기였으므로 잡스의 허탈감은 가히 상상이 간다.

잡스 눈물(job's tears)이란 우리나라 말로 '율무'라는 뜻이다. 어떻게 이런 영어 이름이 붙었을까? Job 은 구약 성서의 욥기(Book of job)에 나오는 욥이다. 욥은 한마디로 부의 상징이었다. 행복한 환경에서 하느님을 열심히 믿고 살던 욥에게 사탄(satan)이 찾아와 하느님께 도전장을 내밀게 된다. 욥이 가진 것이 많아 하느님을 섬기지, 가진 것을 잃고 나면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하느님은 이런 사탄의 도전을 받아들이시고 사탄이 욥에게서 욥이 가진 모든 것을 빼앗아 가게 수락하셨다. 욥은 가족과 건강, 재산을 한꺼번에 잃어버리게 되면서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고 한다. 이 때의 눈물 모양과 율무의 열매 모양이 닯았다고 해서 율무의 이름이 잡스 눈물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그러나 욥은 모든 불행을 강한 믿음으로 극복하고 결국은 하느님에게 돌아가서 이전 보다 훨씬 더 많은 행복을 누렸다고 한다. 따라서 욥은 오늘 날 몸과 마음이 건강하며 인내심이 강한 사람을 상징하게 되었다.

스티브 잡스나 욥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결국 물질에 대한 허무감이다. 스티브 잡스는 6조6000억 원을 가진 자산가였지만 암은 사탄과 같이 잡스에게서 가족, 건강, 재산을 송두리째 빼앗아 갔다. 결국 짧은 인생에서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물질보다는 정신에 있으며, 행복을 느끼려면 살아 있어야 하니 건강이 필수 요건이 아닌가 싶다.

거리마다 넘쳐나는 커피 전문점을 보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마셔대는지 감이 안 잡힌다. '잡스 눈물'은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으니 오늘부터 커피 대신 율무차 한잔씩 어떠신지요?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신정호정원' 본격 개방
  2. 이재명 "일단 용산 다음은 靑…" 발언에 충청반응 싸늘
  3. 소진공-카카오, 지역 상권 디지털전환 지원사업 업무협약
  4. '제3회 충남도지사배 3쿠션 토너먼트 전국대회' 천안서 성황리 개최
  5. 민주 대권주자 최대승부처 충청서 "세종시대" 합창…각론선 신경전
  1. 아산축협, '사랑의 아산맑은 축산물 나눔행사' 펼쳐
  2. 코닝정밀소재(주), 취약계층 중-고생에 장학금 기탁
  3. 아산시먹거리통합지원센터, "학교급식을 더 안전하게" , 위생점검 실시
  4. 이재명 "충청을 대한민국 성장의 중심으로…세종은 행정수도 완성"
  5. 아산시 인주면행복키움, "어르신 생신 축하드려요"

헤드라인 뉴스


빨라지는 6·3대선시계…정권 교체 vs 재창출 대충돌

빨라지는 6·3대선시계…정권 교체 vs 재창출 대충돌

21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6·3 조기대선 시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정권 재창출에 나선 국민의힘은 본격적인 경선 일정에 돌입하는 가운데 충청권 '배지'들도 당내 각 대선 주자들과의 이합집산이 활발해 지고 있다. 정권 탈환을 노리는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대선 승리를 위해선 반드시 이겨야 하는 충청권 공략을 마친 뒤 영남을 거쳐 호남과 수도권 등으로 컨벤션 효과 극대화에 나서고 있다. 국민의힘의 경우 경선 일정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대선링이 뜨거워 지고 있다. 19~20일 진행된 첫 토론회에서 대선 경선 후보자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재명 충청·영남 경선 2연승…대세론 굳혀
이재명 충청·영남 경선 2연승…대세론 굳혀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충청권과 영남권 경선에서 잇따라 압승했다. 이 후보는 전통적 캐스팅보트로 최대승부처였던 충청에 이어 당의 험지인 영남에서 파죽의 2연승으로 순회경선 반환점을 지나면서 대세론을 탄탄히 했다는 평가다.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에서열린 영남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90.81%, 김동연 후보 3.26%, 김경수 후보 5.93% 각각 차지했다. 이재명 후보는 20일 영남 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이번 대선은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대한민국의 국운이 걸린 절체절명의 선택"이라며 "무너진 민생과..

대전 외식비 인상세 지속... 비빔밥·자장면 등 상승
대전 외식비 인상세 지속... 비빔밥·자장면 등 상승

대전 김치찌개 백반이 전국 최고가를 유지하는 가운데 비빔밥과 자장면 등의 가격이 인상세가 지속되며 지역민들의 외식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1만원 한 장으로 점심때 고를 수 있는 메뉴가 점차 줄어든다. 20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3월 대전 소비자가 가장 많이 찾는 8개 외식 대표 음식 메뉴 일부가 인상된 것으로 집계됐다. 우선 자장면은 3월 7200원으로 2월(7000원)보다 2.8%(200원)로 상승했고, 비빔밥도 이 기간 1만원에서 1만 100원으로 1% 올랐다. 집계된 금액은 지역 외식비 평균 가격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과학을 즐기자’…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 ‘인산인해’ ‘과학을 즐기자’…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 ‘인산인해’

  • 책 읽기 좋은 날 책 읽기 좋은 날

  • ‘가방은 내가 지켜줄께’ ‘가방은 내가 지켜줄께’

  • ‘느려도 괜찮아’, 어린이 거북이 마라톤대회 ‘느려도 괜찮아’, 어린이 거북이 마라톤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