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이완구 전 충남지사, 박성효 전 대전시장, 이상민 의원 |
10·26 재보궐 선거가 끝난 이후 일부 지역 정치인들의 총선 행보와 거취 판단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상당수 정치인들이 이번 재보선을 민심의 풍향계로 삼아 정치적 거취 문제 등을 판단해 나갈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이 재보선 결과에 대해 어떤 평가와 진단을 내리고 있는지는 향후 이들의 정치적 행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우선 지역구 선택에 신중을 기하며 재보선 이후 거취 결정을 내릴 것으로 여겨져 온 이완구 전 충남지사는 30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느낀 민심 그대로 였으며, 그것은 국민이 기존 정치권과 정치인들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고 이번 재보선 결과를 평가했다.
그는 이어 “지역에서 한나라당이 이기고 아니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큰 틀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기성 정치인들이 국민들로부터 신임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새롭게 변화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재보선 결과를 자신의 거취 판단 문제와 연결짓지는 않았다. 이 전 지사는 “선거 결과를 특별히 해석할 것이 아니고, 민심은 원래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며 “정치인들이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나름대로 해석을 덧붙이며 각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내에서 줄곧 총선 출마 요구를 받아 온 박성효 전 대전시장은 “기존 정당의 정치행태에 경종을 울리고 반성을 촉구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재보선 결과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는 한나라당이 원인을 제공한 만큼 당초부터 이기기 어려운 선거였고, 기초단체장 선거를 보면 박근혜 전 대표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기존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불신·불만과 전세난, 정전사태, 내곡동 사저 문제 등 악재로 인한 불만이 모여서 표출된 것인 만큼 국민 요구를 교훈삼아 변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선거 결과를 진단했다. 하지만 박 전 시장 역시 “개인의 거취문제를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며 재보선 결과와 자신의 정치적 거취 문제를 연결짓지는 않았다.
자유선진당 탈당설이 지속돼 온 와중에 이번 재보선 과정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던 이상민 의원은 보다 적극적인 해석을 내놨다. 이 의원은 재보선 결과에 대해 “기성 정치권의 퇴출과 새판짜기 요구가 현실화 된 것”이라며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유선진당 모두 신임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기존 정치권의 구조가 크게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국민들의 새판짜기 요구에 기여하는 것을 정치인으로서의 책무로 생각하고 있다”며 “지금으로서는 기존 정당의 경계선을 놓고 도식적으로 고민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중요한 것은 누가 쇄신과 변화를 통해 새판짜기를 주도해 나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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