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가 출시한 '서민우대 자동차보험(친서민 특약)'이 서민의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금융권 '탐욕' 압박 속에 서민을 위해 선보인 상품이지만, 여론 무마를 위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30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들이 최근 보험료가 17% 저렴한 '자동차보험 친서민 특약'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삼성화재와 흥국화재, LIG, 롯데손보는 지난 17일, 한화손보와 그린손보, 더케이손보, 현대해상, 동부화재, 하이카다이렉트는 20일, 메리츠화재는 26일 서민 우대 자동차보험을 내놨다.
일반 자동차보험과 비교해 8% 정도 저렴해 평균 11만원 정도 할인돼 건당 53만~57만원 정도로 낮아질 것이라는 게 손보업계의 설명이다. 겉으로는 상당한 혜택이 있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우선, 17%의 혜택을 받으려면, 보험모집인(설계사)이 아닌 해당 보험사의 임·직원(지점)을 통해 직접 가입해야 한다.
지난해 보험사 임·직원을 통해 가입한 자동차보험은 전체 모집비율의 7%에 불과하다. 이 중 온라인채널 가입자와 단체보험을 제외한, 일반 개인 가입자는 사실상 전무하다는 게 보험설계사들의 설명이다.
할인율도 오프라인 대리점이나 설계사를 통해 가입했을 때와 비교해 17% 싼 것으로, 온라인 다이렉트 보험과 비교하면 할인 폭은 3%에 그친다. 연간 보험료가 50만원이라면, 1만원(지점 방문) 내지 1만2250원(다이렉트) 정도 할인받는 셈이다.
가입조건도 마찬가지다. 서민우대 자동차보험의 가입조건은 연소득 4000만원 이하인 사람이 보유 중인 10년이 지난 1600cc나 1t 이하의 비사업용차량이다. 여기에, 차량 소유자가 만 35세 이상에 만 20세 미만의 부양자녀가 있어야 가입할 수 있다.
A 보험사의 한 모집인은 “이 상품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물론, 고객들로부터도 외면받을 것”이라며 “무늬만 서민 상품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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