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총장과 교협은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가 결정한 안건 '보류 처분'을 '제 논에 물대기식'으로 해석하며 내홍의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리려 하고 있다.
양 측은 이사회가 서 총장에게 질책을 가했다는 부분에 대해서 이사회의 '진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며 서로를 힐난하는 분위기다.
교협이 이번주 운영위원회를 열어 이사회 의결사태 이후 국면을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교협이 먼저 '선방'을 날리는 양상으로 KAIST 내홍이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이사회가 일단 서 총장의 거취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혁신위 안건을 사실상 '기각'함에 따라 주도권은 서 총장 측에 있어 보인다.
서 총장은 이사회의 '힘'을 토대로 '수세 모드'를 반전시키기 위한 카드를 준비 중이다. 서 총장 측이 계속적 학교 개혁을 이사회가 주문했다는 내용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서 총장은 이전처럼 독불장군식 학교 운영이 아닌 '소통 리더십'을 적절하게 써가면서 학교 내부 반발을 차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 총장은 테뉴어(정년보장) 교수제가 교협의 단결을 불러왔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테뉴어 보완을 통해 교수들의 불만을 해소시키려는 조치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교협은 운신의 폭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이사회가 총장 사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고 혁신위 핵심 3개 안건도 부결시켰기 때문이다. 교협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경종민 회장이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총장이 준비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토론도 제대로 못해보고 다음 이사회로 미뤄진 것”이라면서 총장 측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교협은 여러 궁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손쉬운 대응의 하나가 성명서 발표이나 '내홍 피로'에 지친 학교 구성원들에게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서 총장이 이사회에 과연 성실히 보고하고 이사들을 설득했는지 여부를 추궁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불성실하게 했다는 증거를 제시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이 또한 섣불리 내밀기는 어려워 보인다. 교협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KAIST의 한 구성원은 “서 총장 측이 교협 임기가 내년 2월말로 종료됨에 따라 시간을 벌면서 다음 교협 지휘부 구성에 어떤 형태로든 개입을 해 학교 측에 우호적인 교협이 되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주영 기자 ojy8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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