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오늘]이래도 당신은 용서할 수 있습니까

  • 문화
  • 영화/비디오

[영화-오늘]이래도 당신은 용서할 수 있습니까

이정향 감독 9년만의 귀환 작품… '용서'에 관한 깊고 묵직한 성찰 감독: 이정향 출연:송혜교, 남지현, 송창의

  • 승인 2011-10-27 21:11
  • 신문게재 2011-10-28 10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약혼자를 오토바이 뺑소니 사고로 잃은 다혜는 용서하면 모두가 행복해질 것이라 믿고 가해자 소년을 용서한다. 그로부터 1년 후 다혜는 용서를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고 다양한 사건의 피해자들을 찾아다니며 용서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이 땅 '보통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미술관 옆 동물원', '진짜 할머니'의 연기 아닌 연기 '집으로'.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연출로 관객의 호평을 받았던 이정향 감독이 오랜 공백을 깨고 돌아왔다. '집으로' 이후 9년 만이다. 귀환 작 '오늘'은 다소 무겁다. '용서'라는 화두를 정면으로 웅시하며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인도네시아 발리엔 '녜삐(Nyepi)'라는 명절이 있다고 한다. 우리로 치면 '설'에 해당하는 날인데, 이 날을 쇠고 이튿날, 가족과 친척 친지를 찾아가 용서를 빈단다. 구체적인 잘못부터 확인되지 않은 잘못까지, 자신은 몰랐어도 뜻밖에 상처를 주었다면 그것에 대해서도 용서를 구하고 용서를 받는단다. 아름다운 일이긴 하나 어디까지나 가해자로서 용서를 구하는 행위다. 피해자라면, 그것도 깊은 상처를 입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용서가 가능할까. '오늘'은, 이래도 당신은 용서할 수 있습니까, 하고 묻는다.

'미술관 옆 동물원'과 '집으로'에서처럼 이번에도 이야기는 기묘한 동거로 시작된다. 약혼자를 치어 목숨을 빼앗은 소년을 용서한 다혜. 그녀의 집에 아버지의 폭력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지민이 들어온다. 용서를 선(善)이라고 믿는 다혜, 그런 다혜를 위선이라고 몰아붙이는 지민. 상반되는 두 사람의 충돌을 통해 감독은 용서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풀어놓는다.

데뷔 전부터 구상했다는 이 영화에서 이정향 감독은 긴 시간 묵혀온 고민과 해답을 스크린에 쏟아낸다. “타인의 용서를 훔치지 말라” “대책 없는 용서는 죄악이다” “반성 없는 용서는 자기 위안에 불과하다” 등등, 용서의 의미를 쏟아내며 설교한다. 하지만 단단하고 단호한 목소리는 관객들의 가슴에 스며들지 못하고 파편이 되어 튄다. '진정한 용서를 위해선 먼저 자신의 상처를 돌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극중 충고가 무색하게 영화는 조급하다. 대사 또한 차고 넘친다.

“용서는 미움을 없애는 게 아니라 미움을 마음의 가장자리로 밀어놓는 것이에요.” 피해자 유가족들의 이야기는 다혜의 마음을 흔든다. 게다가 자신이 용서해 준 소년이 살인을 저지르고 소년원에 수감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다혜는 자신의 섣부른 용서가 다른 비극의 씨앗이었음을 깨닫고 절망한다.

살인사건 피해자 유가족의 고통을 돌아보게 하고 피해자보다 가해자가 더 마음 편히 사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을 짚어낸 점은 수확이라 할 만하다. 불편하고 무거운 영화지만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맛은 좋다. '예쁜' 송혜교가 아니라 '배우' 송혜교를 만날 수 있다. '선덕여왕'에서 어린 덕만으로 얼굴을 알린 남지현도 거친 행동에 상처와 슬픔을 담아내는 지민 역을 무난하게 소화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2.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3. 한기대 생협, 전국 대학생 131명에 '간식 꾸러미' 제공
  4. 남서울대 ㈜티엔에이치텍, '2024년 창업 인큐베이팅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5. 단국대학교병원 단우회, (재)천안시복지재단 1000만원 후원
  1.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2. 남서울대, 청주맹학교에 3D 촉지도 기증
  3.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4.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연내 착공 눈앞.. 행정절차 마무리
  5. 대덕구보건소 라미경 팀장 행안부 민원봉사대상 수상

헤드라인 뉴스


대전 분양시장 변화바람… 도안신도시 나홀로 완판행진

대전 분양시장 변화바람… 도안신도시 나홀로 완판행진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가 도안신도시로 변화한 분위기다. 대다수 단지에서 미분양이 속출했는데, 유일하게 도안지구의 공급 물량만 완판 행렬을 이어가며 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업계는 하반기 일부 단지의 분양 선방으로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내년에 인건비와 원자잿값 상승,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 등으로 인한 분양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21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분양한 도안 2-2지구 힐스테이트 도안리버파크 2차 1·2순위 청약접수 결과, 총 1208세대(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만3649건이 접..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대한민국 펜싱의 역사를 이어갈 원석을 찾기 위한 '2024 대전광역시장기 전국생활체육 펜싱대회'가 뜨거운 열기 속에 막을 내렸다. 시장배로 대회 몸집을 키운 이번 대회는 전국에서 모인 검객과 가족, 코치진, 펜싱 동호인, 시민 2200여 명이 움집, '펜싱의 메카' 대전의 위상을 알리며 전국 최대 펜싱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 23~24일 대전대 맥센터에서 이틀간 열전을 벌인 이번 대회는 중도일보와 대전시체육회가 주최하고, 대전시펜싱협회가 주관한 대회는 올해 두 번째 대전에서 열리는 전국 펜싱 대회다. 개막식 주요 내빈으로는 이장우..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