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수산식품부의 조사 결과 구제역 비구조단백질(NSP) 항체가 형성된 소와 돼지가 1005마리 발견됐다. NSP는 백신을 접종받아 형성된 항체(SP)와 달리 구제역에 감염됐다가 자연 치유됐을 때 나타난다. 해당 가축의 몸속에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없지만 농가 인근의 흙과 공기, 야생동물 등에 지난 겨울 기승을 부렸던 바이러스가 아직도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또한 대만 중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 각국에서 구제역 발생이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해외여행객을 통한 유입 가능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충남도는 지난 19일 홍성에서 농림부와 함께 구제역 발생 상황을 가정한 방역훈련을 갖고 대응태세를 점검하기도 했다. 도내에서는 올 1월 1일 구제역이 발생해 소와 돼지 등 46만6000마리를 땅에 묻었다. 구제역에 이틀 앞서 발병한 조류인플루엔자(AI)로 살처분된 가금류도 22만마리에 이른다. 재앙 수준의 이런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최악의 경우라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철저히 대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대전시도 서둘러 방역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농림부 조사에서 백신을 맞은 소의 항체 형성률은 거의 100%에 가까웠지만 돼지는 70.2%밖에 되지 않았다. 특히 대전은 60%밖에 되지 않는다. 돼지 10마리 중 4마리가 구제역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새끼 유산 등 부작용을 우려해 일부 축산 농가가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탓이다. 결코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구제역은 예방만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은 이미 뼈저린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지역 축산농가에 심각한 피해 후유증이 아직 남아 있는 마당에 또다시 구제역이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부 농가가 백신 접종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걱정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농가부터 예방접종, 축사소독 등 방역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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