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았다” 얼음창고에 영업장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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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다” 얼음창고에 영업장부

주택가 상가건물 첩보입수...내부 열자 100여대 가득 단속눈치 합법게임 바꿔... 업주2명 입건·기계 압수

  • 승인 2011-10-27 18:03
  • 신문게재 2011-10-28 5면
  • 이경태 기자이경태 기자
●대전경찰 불법오락실 단속현장

▲ 대전지방경찰청 생활질서계 직원들이 27일 대전시 유성구 봉명동 인근의 게임장에서 단속활동을 벌이고 있다.이민희 기자
▲ 대전지방경찰청 생활질서계 직원들이 27일 대전시 유성구 봉명동 인근의 게임장에서 단속활동을 벌이고 있다.이민희 기자
27일 오전 10시 50분께 대전 유성구 봉명동 주택가 한 상가건물 2층을 2~3개 조로 나뉜 경찰이 부리나케 둘러쌌다. 1개조는 오락실 정문으로 통하는 계단을 봉쇄, 나머지 단속조는 건물 뒤편 도주로를 차단했다.

이날 대전지방경찰청 생활질서계 대원 등 14명은 첩보 등을 통해 얻은 불법 오락실 운영 동영상 자료를 토대로 유성구 한 불법 오락실 현장을 급습했다.

오전 11시를 넘겨 전동식 원형톱날 기계를 이용해 불법오락실의 철문을 20여 분 동안 철거해 보려했지만 헛수고였다. 1000만원 가량의 설치비용이 든다는 철문에는 무려 5개의 잠금장치가 부착돼 있었기 때문. 철문을 해체하던 기사는 “이를 모두 해체하려면 2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고 혀를 내둘렀다.

다행히 건물 뒤편 비상출구를 통해 오락실 내부에 진입한 단속반원이 내부에서 철문을 열자 자욱한 담배연기와 함께 110여 대의 게임기가 작동하는 기계음 소리가 내부를 가득 메웠다.

40~50대의 손님들은 불법게임인 '바다이야기'가 아닌, 비행기 슈팅 게임(The Fighter)이 실행되는 110여대의 게임기 앞에 나눠 앉아 눈치만 살폈다.

▲ 27일 오전 10시50분께 유성구 봉명동 한 불법오락실 영업현장을 단속한 장면.
▲ 27일 오전 10시50분께 유성구 봉명동 한 불법오락실 영업현장을 단속한 장면.
내부 상황실에서 9개의 CCTV를 통해 단속 사실을 알아챈 오락실 관계자들이 정식으로 심의를 받은 게임으로 전환시켜 단속을 피한 것.

경찰 단속단원들의 지시에 따라 오락실 한쪽으로 모인 손님 20여 명은 게임은 커녕 놀러왔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50대의 한 여성은 “남편이 얼마전 죽어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오락실을 찾아온 것”이라면서 “그렇지만 불법 게임을 하지는 않는다”고 꽁무니를 뺐다.

손님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은 “아는 사람의 소개로 오락실에 오게 됐다”며 “단속되기 10여 분 전에 들어와 게임기에는 아예 손도 대지 않았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한쪽에서 “찾았다”라는 소리와 함께 창고 한켠에 있던 얼음저장고 안에서 각얼음과 함께 업주의 영업장부가 쏟아져나왔다.

해당 장부에는 별명을 붙인 손님명단과 함께 이들이 이용하는 게임기 번호 등이 세세하게 적혀있었다. 휴대폰 역시 얼음속에서 발견돼 경찰의 갑작스런 단속에 놀란 오락실 내부사정이 그려졌다.

경찰은 이날 확보된 동영상을 토대로 조사를 벌인 끝에 게임산업진흥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업주 이모(50)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게임기 110대를 압수했다.

현장 단속과정에서 오락실을 빠져나가지 못한 손님들은 처벌대상이 아니어서 귀가조치됐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오락실이 조직폭력배의 자금원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광범위하게 수사에 나설 것”이라며 “주택가에서 서민들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는 사행성 불법 오락실이 근절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단속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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