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길]그 밥에 그 나물, 그리고 찻잔 속 태풍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정용길]그 밥에 그 나물, 그리고 찻잔 속 태풍

[논단]정용길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11-10-27 14:13
  • 신문게재 2011-10-28 20면
  • 정용길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정용길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 정용길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 정용길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지지부진 끌어오던 충청권 정치통합이 마무리 되었다. 자유선진당, 국민중심연합, 그리고 이인제 의원이 자유선진당이라는 하나의 간판 아래 모이고, 당 대표는 심대평 의원이 맡기로 했다. 심 대표는 통합 선진당의 정체성은 국민요구와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것이며, 실용주의를 지향하며 중산층과 서민의 행복이 통합 정당의 목표라 하였다. 내년 총선에서 55석을 확보하여 전국 정당으로 발돋움할 것이고, 대선후보도 내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밝히기도 하였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목표가 가능할까? 통합 선진당을 바라보는 지역민들도 과연 그러한 심대표의 말에 공감하고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 먼저 재통합의 명분과 정당성이 없다. 2009년 8월 심 대표는 '변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는 정당'이라고 하면서 선진당을 탈당했다.

그 후 2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다시 선진당으로 돌아올 정도로 선진당에 근본적 변화와 쇄신이 이루어진 것인가? 심 대표가 선진당을 탈당했을 때 상황과 현재 모습이 달라진 것이 없다. 내내 같은 사람이고, 같은 조직이다. 굳이 변한 것이 있다고 하면 이회창 전 대표가 이선으로 물러난 것뿐이다. 이번 통합에 대해 '도로 선진당'이라고 비아냥하는 것이 전혀 틀리지 않다. 회전문 인사로 인재풀의 한계를 드러낸 당직인선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참신한 인적 자원의 수혈이 없고 지역적 범위를 확장하지 못하는 '그 밥에 그 나물'식의 통합으로서는 새로운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비록 통합의 명분이 없더라도 합당을 통해 현실 정치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정치적 행위로서 인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합당을 하고 이인제 의원이 참여하더라도 교섭단체 구성이 불가능하다. 전국적 지지도 면에서는 더욱 존재감을 확인하기 어렵다. 지난 10일 '헤럴드 경제'의 조사에 따르면 자유선진당의 전국 지지도는 0.4%에 불과하고, '오마이뉴스'의 조사에도 1.9%에 그쳤다. 선진당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국회의원이 있는 민주노동당이 3~4%의 지지도를 보이는 것과 비교된다. 국민적 관심을 끌고 치러진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조차 내지 못한 것이 선진당의 현실이다. 많은 갈등과 파열음을 남기고 통합을 이룩했지만 현실 정치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통합 선진당의 진로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이를 위해서는 통합 선진당의 정체성과 존재이유가 명확하게 설정되어야 한다.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틈바구니에서 선진당의 좌표는 애매하기 짝이 없다. 한나라당 보다 더욱 보수적 성향을 보이는 것 외에 선진당이 제3의 정당으로 존재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여당인지 야당인지 구별조차 하기 어려운 행보를 보이기도 한다. 확실한 것은 오직 지역에 기반을 둔 지역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 되고자 한다는 이야기뿐이다.

그렇다면 선진당이 과연 지역이익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가? 거대 정당의 틈바구니에서 우리의 정치상황을 주도하기에는 힘도 의지도 부족해 보인다. 지역이익을 대변하고 우리나라 정치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현실 정치를 움직이는 세력 안에서 그들과 함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지금의 선진당은 정치적 역량과 리더십 부족을 지역을 볼모로 하여 지역감정에 읍소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지역의 맹주라 자처하는 대전ㆍ충남의 국회의원들은 기존의 양당 구조에서 존재조차 미미하니 지역 정당을 통해 생존하고자 하는 지극히 이기적인 몸부림으로 보여 질 뿐이다. 작금의 상황이 지속되면 대전·충남은 영원한 정치적 변방으로 남을 것이며, 국가적 차원의 자원배분에서 항상 소외될 뿐이다.

충청권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 되겠다고 통합 선진당이 출범했다. 그러나 이는 '그 밥에 그 나물'이고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한 정치적 이벤트일 뿐이다. 진정으로 지역의 이익을 생각하고 우리나라의 정치 발전을 고민한다면 전국 정당으로 그 외연을 넓혀야 한다. 아니면 기존의 거대 정당에 들어가 정치판을 혁신하고 새 시대가 요구하는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것이 옳은 길이고 정직한 길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2.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3.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4.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5.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1.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2.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5.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