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복 하늘문교회 담임목사 |
가을하면 우리의 마음에 떠오르는 추억들이 참으로 많다. 높고 푸른 하늘로부터 누렇게 벼가 익어가는 들판, 가지가 축 늘어질 정도로 맺힌 탐스런 열매들, 아침 저녁으로 느끼는 신선하고 서늘한 공기, 석양을 붉게 물들이는 저녁노을, 저녁만 되면 각종 풀벌레들의 노래소리 수북이 쌓이는 낙엽 등 가을은 추억을 많이 쌓이게 하는 참으로 좋은 계절이다. 그런가 하면 왠지 가을이 되면 인생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친구들도 생각하게 되고 고향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가을은 축제가 많은 계절이다. 각 지역마다 그 지역의 특성이 있는 축제가 하루가 멀다 하고 열린다.
우리 고장만 해도 그동안 백제문화제를 위시해서 금산인삼축제, 전어축제, 대어축제 등 각 지역마다 축제가 열렸다. 사람 사는 곳에 축제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삶을 풍성하게 하고 이웃과 함께 어울려 사람 사는 재미가 있게 한다. 지금은 시들해졌지만 옛날에는 각 지역의 초등학교마다 가을 대운동회가 그 지역의 최고의 축제였다. 운동회는 어린이로부터 시작하여 어른들까지 한데 어울리는 국민적인 축제였다. 요즈음 농어촌에 어린이가 없어 가을운동회가 없어진 것이 참으로 아쉽기만 하다.
또한 가을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가을단풍이다. 봄의 아름다운 꽃들도, 여름의 녹음도, 가을의 단풍만큼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까? 산판 전체를 형형색색으로 물들이는 단풍은 그 아름다움을 어떤 것에 비교할 수 없다. 그래서 가을 단풍을 보면서 “산마다 불이 탄다”고 노래하기도 하고 온 산이 물감을 칠한 것처럼 아름답다고 한다. 누가 일부러 조성한 것도 아닌데 자연적으로 물들어가는 단풍은 정말 일품이다.
몇 년 전 지리산에서 열린 세미나 강사로 참석했을 때 단풍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오후 빈 시간에 차를 가지고 지리산 자락을 돌면서 감탄을 연발했다. 그 단풍이 혼자서 보기는 너무나 아름다워 밤에 대전까지 와서 친구들을 데리고 가 다음날 지리산 단풍을 즐긴 일이 있다. 지리산 단풍은 다른 산과 달라 그 규모가 크고 선이 굵어 정말 장관을 이루고 석양에 느끼는 단풍의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또 설악산을 배경으로 한 주변의 단풍, 내장산의 단풍, 우리 고장 계룡산의 아기자기하고 선명한 단풍은 얼마나 장관인가? 우리나라 가을은 전국 방방곡곡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말 그대로 삼천리금수강산이 아닌가?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잠시 속세를 떠나 가을 냄새가 훔뻑 나는 자연에 파묻히는 것도 인생을 풍성하게 하는 비결이 될 것이다.
노산 이은상의 '그리워'라는 시가 자꾸 떠오른다.
그리워 그리워 찾아와도/ 그리운 옛님은 아니 뵈네/ 들국화 애처롭고 갈꽃만 바람에 날리고/ 마음은 어디고 부칠 곳 없어/ 먼 하늘만 바라본다네
눈물도 웃음도 흘러간 세월/ 부질없이 헤아리지 말자/ 그대 가슴엔 내가 내 가슴엔 그대 있어/ 그것만 지니고 가자꾸나/ 그리워 찾아와서/ 진종일 언덕길을 헤매다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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