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복 빈들교회 담임목사 |
세계화, 국제화를 바탕으로 거두는 성과도 대단하다. 삼성과 현대를 비롯한 기업, 김연아, 박지성을 비롯한 스포츠 스타, K-팝의 열기를 이끄는 아이돌 그룹, 지구촌 곳곳에서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보살피는 각종 구호단체 등 대한민국의 활약은 참으로 눈이 부실 지경이다.
그런데 국제화 시대의 진정한 의미가 세계무대에서의 이러한 활약이나 성과에만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글로벌 시대라는 것은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뿐 아니라 세계의 다른 나라와 그 나라 국민이 어울려서 더욱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고 믿는다.
우리나라에는 60만명이 넘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20만명 정도의 이주여성이 살고 있다. 3D 업종의 제조업체가 대부분이나 건설업, 농업, 어업, 심지어 서비스업까지 근무하는 단순노동자들이 고용허가를 받아 국내에 들어왔다. 그들은 말도 통하지 않고, 연고도 없는 이곳에서, 우리가 하기 싫고 피하고 싶은 어렵고 힘들고 위험한 일들을 하고 있다. 대전에도 많은 외국인 근로자가 있다. 대화동 공단 등에서 혈혈단신으로 또는 가족과 함께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1만명이 넘는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휴대전화를 비롯한 모든 물건에는 외국인 근로자와 이주여성의 손길이 배어 있다. 우리와 후손의 활동 무대는 세계로 넓어진 지 이미 오래고, 누구라도 다른 나라에서 직장을 잡거나 경제활동을 하는 순간, 곧바로 외국인 근로자가 되기 때문이다.
'대전 이주민과 함께하는 모임'은 1994년부터 가난하고 힘없는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 가정들과 함께 해 왔다. 임금체납과 해고, 산업재해, 의료지원, 문화 활동 등 외국인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고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열심히 일했지만, 어려움이 참 많았다. 정부 지원 없이 후원자들의 성금만으로는 외국인 노동자들보다도 낮은 실무자 임금조차도 제대로 주지 못해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웠고, 좋은 서비스를 하기에 힘겨웠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표 공기업인 한국수자원공사(K-water)의 문화 활동 후원은 큰 보탬이 됐다. 수년 동안 K-water는 대전의 외국인 근로자, 특히 젊은 노동자들에게 경제적인 보상과는 다른 새로운 활력소를 제공해 왔다.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 가정을 K-water 본사로 초청해서 체육대회를 열어 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맑은 가을 하늘 아래, 잔디 푸른 운동장에서 뛰고 달리며 서로 하나 될 기회를 마련하고 격려해 주었다. 외부의 눈길이나 평가 등을 의식하지 아니한 진정성 있는 지원이었고, 행사에 참가한 외국인 근로자 모두 큰 기쁨을 느꼈다. K-water와 같은 이러한 문화지원 활동은 새롭고 바람직한 사회공헌활동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시대를 외치지만, 우리 주변에는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이 적지 않다. 외국인 근로자 또한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면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으리라는 꿈을 안고 이주한 근로자로 살고 있지만, 이들은 우리 사회의 약자고 주변인으로서 주류사회의 배려와 도움을 필요로 한다. 눈을 크게 뜨자. 가슴을 활짝 열자. 사회공헌이니 뭐니 거창한 말보다는 따뜻한 마음, 세심한 보살핌이 더 중요하다. 모두가 글로벌 시대, 21세기를 살아가는 세계인답게 외국인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서로 어울리며 따뜻한 눈으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삶을 살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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