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 지체장애인 문성자(33·대전시 서구 정림동)씨가 외출 준비에 분주하다. 오늘은 장애인 학교의 충격 실화를 다룬 영화 '도가니'를 보기 위해 극장을 갈 계획이다. 10시 반쯤 서구 정림동 문 씨의 집앞에 이틀전 예약한 장애인 콜택시가 도착했다.
장애인 버스를 이용하고 싶지만 둔산동 극장까지 가려면 환승을 해야 한다. 또, 전동휠체어가 들어가는 저상버스의 배차시간 또한 불규칙해 극장 예매 상영시간을 맞출 수 없어 장애인택시를 이용한다.
11시 대전 서구 월평동 C극장에 도착한 문씨는 극장 매표소에 들어서 상영시간을 확인한 후 장애인 화장실로 향했다.
여성 장애인 화장실 문이 활짝 열려있다. 버튼을 이용해 자동으로 열고 닫을 수 있는 자동문이었지만 몇 개월째 고장 난 상태다. 거동이 불편한 문씨는 할 수 없이 온 힘을 다해 간신히 문을 열고 들어가 볼일을 봐야했다. 장애인에게 불편함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극장 상영공간의 자리에도 전동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은 맨 앞자리와 맨 뒷자리로 지정돼 있다.
맨앞자리의 경우 일반인들도 목이 아파 꺼리는 곳이지만 극장에서는 앞자리를 장애인석으로 지정해 놓고 있다.
몇 개 상영관에는 뒤쪽의 공간을 활용해 장애인석을 만들어 놓았지만 자리가 비좁아 움직이는데 문제가 많다. 문씨는 하는 수 없이 맨 뒷자리 귀퉁이에서 영화를 보았다.
문씨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 없이 사는 사회라는 말은 좋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답답한 마음에 문씨는 극장 관계자에게 하소연 해 보지만 만족할 만한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극장 관계자는 “계속해서 수리하는 업체에 연락을 해 고쳐달라고 재촉하고 있지만 부품문제인지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모든 상영관에 장애인석을 만들어 놓았으며 장애인 극장요금 할인이 며칠 전부터 전국적으로 실시돼 모든 장애인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만든 쪽에서는 특별한 배려라고 하지만 이용하는 쪽에서는 그렇게 느끼지 않고 있다.
한 장애인 여성의 극장 가는 길과 영화 한편 보기까지는 이렇게 힘들었다.
이두배 기자 enq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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