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대전 공립 대안학교, 대안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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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대전 공립 대안학교, 대안은 있다

[중도시평]최충식 논설위원

  • 승인 2011-10-25 14:12
  • 신문게재 2011-10-26 20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 최충식 논설위원
▲ 최충식 논설위원
제도가 필요하나 불필요하나를 따져볼 때 늘 기준으로 삼는 두 사람이 있다. 제도의 존립은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비판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아도르노, 인간이 제도로 규제됨을 인정하면서도 제도의 우산 아래서 안전보장을 받는다는 겔런이 그들이다. 대략 8대 2 정도로 필자는 겔런 쪽에 기울어 왔던 듯한데, '제도'를 전적으로 중시하는 분야가 있다.

사회적 소수와 약자, 특히 학교 부적응 학생을 위한 대안학교 설립도 그중 하나다. '중도탈락'(영어 'dropout' 번역) 학생이 전국 최고인 대전이기에 더 그렇다. 대전 유성구 성북동 예정지 주민 반대가 극심한 데는 대안학교를 제도교육의 병리적 징후로 인식한 탓이 컸다. 쉽게 말해 대안학교란 문제학생 그룹, 심하게는 '꼴통학교'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부정적 인식에는 “일방적으로 진행했다”는 소통 부재도 원인으로 들어 있었다.

후보 부지인 옛 방성초교(현 대전서부교육지원청 야영체험학습장)에 걸린 '대안학교 변경 결사반대' 플래카드가 그것을 말해준다. 그 풍경 안에 “자녀가 원하면 대안학교 보내겠다”는 대전 학부모 37%의 면면을 그려봤다. 이만큼의 우호의 배경에는 강남 족집게 대안학교를 떠올린 경우조차 없지 않을 것이다. 입시생 부모에게 자식 어느 대학 갔느냐 물으면 '징역 1년형', 대졸 자녀의 부모에게 자식 취직했느냐 물으면 '징역 3년형'이라지 않은가. 시중의 푸진 한담에는 대한민국 교육열에 대한 역설과 현실이 숨어 있다.

그런데 지금 말하는 대안학교는 하루 예닐곱 명꼴로 학교 주류문화를 떠나는 대전지역 초·중·고교 부적응 학생, 이들을 위한 규범의 복합체다. 사실 성북동 주민이 오늘 입장을 바꾼다 해도 토지구역 변경 심의, 허가, 리모델링 일정상 2013년 개교는 물리적으로 막혀 있다. 현 부지, 아니면 대체 부지 확보에 집중하면서도 규모, 운영 방법, 기존 교육과 조화의 틀을 새로 다듬을 필요가 있다. 늦은 밥 먹고 파장(罷場) 가듯 서둘러야 좋을 게 없다.

현재 대전보다 학교 이탈률이 낮은 충북, 경기, 경남, 광주 등지에서도 공립형 대안중·고교를 운영한다. 충남에는 6개월짜리 대안학교인 아산 충무학교가 있다. 대전과 개교 목표 시점이 같던 인천 해밀학교(해밀=비온 뒤 맑게 갠 하늘)는 내년 3월 개교한다. 옛 방송대 건물을 고쳐 막바지 단장이 한창이다.

대전 공립 대안학교 모델은 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 최진동 의원이 주관한 지난주 정책 포럼에서 필자가 소개한 통합 창원시의 태봉학교(기숙형 공립) 사례가 좋을 것 같다. 대전은 기숙형과 통학형, 원적학교로 복귀시키는 위탁형 등 다양한 형태의 배합이 가능하겠다는 제안도 내놨다. 발등의 불은 설립 부지 해결, 그리고 대안교육의 공공성 확보다. 이번에 취재하면서 재확인한 것은 학벌집착증의 벽과 전체주의 파시즘을 연상케 하는 편견이었다.

이런 것들이 깨져야 진전이 있다. 일반계, 특성화, 특수목적, 예체능계를 포함한 대전지역 고교생 중도 탈락률이 2.2%나 된다. 대안학교 분담률은 0.1%가 될까말까다. 국가적 노력은 당연한 것이고, 지역사회 차원에서 중도탈락생들이 장래의 사회경제적 가치 배분에서 낙오되지 않도록 배려할 책무가 있다. 수직적 제도화의 강박이 싫다는 애들에게 웬 제도냐고 반문도 하는데, 이는 이들을 내버려 두자는 얘기나 다르지 않다. 뒤처진, 그늘진 대전의 아들딸들이 “하루하루 아침이면 눈 뜨는 이유, 힘들어도 쓰러질 수 없는 그 이유”(바비킴 노래 'Reason')를 학교 안에서 찾을 자유를 되돌려주자는 것이다. 제도의 미비점은 제도로, 그것도 맞춤형 교육의 제도로 풀어야 풀린다.

당장 대전 대안학교의 명목가치와 실질가치가 대추나무가 벼락 맞을 확률에 가깝게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공교육은 학교 이탈을 낮추는 내적 '시스템'에다 그 한계를 뚫는 '대안(代案)'이 절충되지 않으면 안 된다. 교육공동체적인 결단을 해서라도 늦어도 2014년에는 대전 첫 공립 대안학교가 문을 열길 기대한다. “(시민들이) 대안학교를 혐오시설 보듯 합니다.” 사립형 대안학교인 대전은석학교 박정남 교사가 들려준 말의 여운이 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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