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번 전시회의 주체는 오랫동안 대흥동에 자리 잡고 살아온 터줏대감들과 예술가 및 공간이고 전시품은 그들이 그 공간에서 쌓아온 예술과 관련된 추억들이다.
스페이스 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흥동 마님과 사랑방 손님' 전시를 다음 달 13일까지 연다.
'대흥동 마님과 사랑방 손님'은 원작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로도 친숙한 주요섭의 소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에서 빌려온 제목이다.
전시공간인 스페이스 씨를 사랑방 삼아 전시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손님을 모셔 정담을 나누듯 미술 혹은 미술인 나아가 대흥동과 함께 해온 삶의 이야기를 펼치는 따뜻한 자리라는 의미였던 것이다.
이처럼 스페이스 씨는 하나의 전시공간으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자리하고 있는 대흥동, 나아가 대전이라는 공간이 빚어내는 사람들의 삶의 자취와 결과물을 살아있는 문화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모든 미술 활동 또한 그것을 터전으로 유기적인 관련 속에 벌어지고 있는 삶의 흔적이라는 인식을 담아내는 일에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대흥동 마님과 사랑방 손님'에서는 서울공방의 김효남, 비돌의 이흥석을 사랑방에 초대해 삶과 이야기를 듣는다.
▲ 김효남 '선화동 작업실에서' 홍균 作 |
그는 기성 액자를 짜는 일에 만족하지 않고 작가의 생각과 작품의 특성을 잘 드러내도록 하는 액자를 남다른 감각으로 새로이 고안해 작품의 완성도를 더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러저러한 여건으로 여의치 못한 작가들이 자신의 구상을 실현하고자 요청에 대해 시간의 제약이나 경제적 대가와는 무관하게 노력을 기울여 함께 했던 작업들은 열정적인 장인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예술인들은 말한다.
대전여중 뒤 골목, 이흥석이 운영하는 비돌이라는 카페 겸 주점 또한 많은 미술인과 문화예술인들의 대표적인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 이흥석 '작가 김해민이 운영하던 영상 스튜디오에서' |
작가는 한 사람의 예술가이기 앞서, 다른 모든 이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삶을 사는 한 인간으로 이웃과 교류하고 생각과 감정을 나누며 사는 가운데서 작품을 만들어낸다.
그러한 점에서 찾던 공간과 그곳에서 만나던 사람들, 그리고 그곳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이해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또한, 그러한 일 모두가 당시의 문화와 예술로 불리는 총체의 한 부분이자, 자체로 문화의 살아있는 한 단면이다.
즉 대흥동은 대전 문화예술의 소중한 한 부분인 것이다.
이번 전시는 이렇듯 오랜 기간 대흥동을 터전으로 자신의 일을 해온 두 공간을 사랑방으로 초대해, 그들이 살아온 시간과 함께했던 대흥동과 대전의 문화와 예술을 다양한 사진, 자료, 대담, 작품 등으로 꾸미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훈훈한 정담을 나누고자 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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