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구섭 한국무역협회 건설추진단장 |
독일의 화학자인 리비히는 식물의 생장을 위한 화학비료를 연구하다 1843년 '식물의 성장을 결정하는 것은 넘치는 요소가 아니라 가장 부족한 요소다'라는 '최소량의 법칙(Liebig's law of minimum)'을 발표했다.
최소량의 법칙에는 몇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첫째는 특정 영양분 과잉의 폐해이다. 화학비료는 필수 영양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식물의 생장 초기에는 큰 도움을 주었지만 비료의 양을 늘리면 영양분이 풍족해져 식물이 웃자라 병에 걸리거나 죽어버리는 현상이다. 둘째, 식물의 성장은 필수 영양소 중 최소량인 제한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셋째, 생물체에는 아주 적은 양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미량원소가 있다. 그의 주장은 생물학에서 시작된 말이지만 사회, 경제, 정치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적용되고 있다.
요즈음 칼로리 과다 섭취로 인해 세계적으로 16억 명이 비만으로 고생하고 있으며,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비만의 주요 원인은 많은 기업들이 저비용 대량 생산에 유리한 식품 위주로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공급하는 식품은, 화학비료로 재배된 식물로 만들어져 고칼로리인 반면 필수인 미량원소는 부족하여 만성질환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금 세계는 지중해의 조그만 나라 그리스의 경제위기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란 하나의 공동체와 '유로'라는 단일 통화를 사용하여 경제적으로 한 몸이 된 유럽은 '그리스 재정위기'라는 제한요인에 걸려있고 이 현상은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로 번져가고 있다. 세계 경제는 이러한 유럽의 덫에 걸려 주식시장의 격심한 변동과 금융시장의 불안은 물론 실물경제 전반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그리스의 위기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과도한 복지정책이 주 원인 중 하나다. 그리스 정부는 GDP의 150%에 달하는 국채를 발행하여 유럽과 미국의 금융기관에 팔아 이를 국민의 복지를 위해서만 사용하는데 급급했다. 생산성과 경제력은 그대로인데 복지라는 영양분만 과잉 공급한 결과 이상 발육으로 인해 국가는 디폴트 상태에 까지 이르렀다. 반면에 복지 수준이 미미하여 사회 안전망이 불안한 국가도 많이 있다.
극심한 부의 양극화 현상은 국가의 큰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의 행복지수가 오히려 높은 것을 보면 역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1%의 탐욕과 부패를 참지 못하는 99%의 시민이라는 월가 시위가 약 한달간 지속되고 있고, 점차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상위 1%의 대표격인 워런 버핏이 부자증세를 주장하는 이유가 일견 타당성 있어 보인다.
양극화 문제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소득의 균등분배 정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가 점점 악화되어 불평등 정도가 심하다는 0.4를 향해 가고 있다. 또한 수출과 내수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서울과 지방업체간 양극화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망의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열 것이 확실시되는 올해에, 특히 동반성장, 상생협력이 다시 강조되는 이유다.
국가와 사회, 기업 그리고 개인 모두 가장 부족한 미량원소가 무엇인지를 항상 파악하여 전체 성과를 약화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필자는 현재 대전과 대구에서 지방 경제에 큰 기여를 할 무역회관을 건설하고 있다. 내년이면 완공될 예정으로 건축, 기계, 전기, 소방설비 등 분야별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최소량의 법칙'을 생각하며 작은 요소들을 하나 하나를 점검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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