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이야기, 두가지 그림
요즘은 고속도로 여행하며 시간은 단축됐지만 목적지만을 위해 달리는 차들만 봐야 한다. 옛날길로 가는 빨간 책과 고속도로로 가는 파란 책이 한 책에서 공존한다. 두 개의 이야기와 두 그림이 한 지면에 배치된 매우 파괴적인 그림책이다. 옛날엔 모든 게 느릿느릿했지만 그래도 정이 있고 사랑이 많았던 시절이었다. 반면 요즘엔 모든 걸 빨리빨리 외치며 배려와 존중, 여유가 사라져 가고 있다. 걸음동무/지은이 이사벨 미노스 마른틴스, 그린이 베르나르두 카르발류, 옮긴이 김현좌/32쪽/1만원
●어린시절 한번쯤 겪은 '똥 이야기'
'똥선생님'은 '똥은 제때에 잘 눠야 건강하다'는 말을 늘 입에 달고 다니던 교사의 별명에서 비롯됐다. '똥 누고 가는 집'은 학교에서 집을 지어 아이들이 급할 때 똥도 누고 갈 수 있게 하고, 텃밭에서 기른 먹을거리로 아이들에게 간식거리를 만들어 주며 아이들을 돌 봐주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다.
'빨리 빨리 나라 이야기'는 속도와 경쟁으로 아이들을 닦달하는 잘못된 교육풍토를 풍자한 동화다. 또 '두꺼비 할아버지'는 사고로 손자를 잃은 할아버지가 손자가 다니던 학교에 봉사하는 이야기며, '싱거운 싸움'은 성장기에 다투면서 크는 아이들의 하루 일상을 정겹게 담았다. 고인돌/지은이 윤태규, 그린이 장순일/152쪽/1만2000원
●읽는 사람만 볼 수있는 집 지키는 신
그림책을 읽는 독자만 제3자의 입장에서 이 흥미진진한 광경을 구경할 수 있다. 이유는 잡귀도 집지킴이도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막둥이네 돌잔치를 탈 없이 치르게 해줄 신이 바로 집지킴이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막둥이네 식구들이 날마다 정성스레 돌보고 모셔 왔던 막둥이네 집 신들이다.
작가는 화려한 원색으로 집지킴이를 그리고, 담담한 단색 톤으로 막둥이네 집과 식구들을 그렸다. 볼 수는 없지만, 함께 한다고 믿는 세상을 색으로 구별해 표현했다.
하나하나 등장하는 집지킴이 따라가다 보면, 집지킴이를 통해 신을 믿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사계절/지은이·그린이 최미란/44쪽/1만1000원
박은희 기자 kugu99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