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우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 선임연구원 |
'케플러-16b'로 명명된 이 행성은 지구에서 약 200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외계행성으로, 229일의 주기로 쌍성계의 두 별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 이 행성의 질량과 반지름은 각각 목성의 0.33배와 0.75배이고, 표면온도는 영하 103~73로 추정된다. NASA는 홈페이지를 통해 '스타워즈'에서만 볼 수 있었던 2개의 태양이 뜨는 행성이 과학적으로도 사실이 증명됐다면서, 지금까지 쌍성계에서 한 개의 별을 돌고 있는 행성이 발견된 적은 있지만 두 별을 동시에 돌고 있는 행성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발견에 앞서 2009년에 한국천문연구원(이하 천문연)의 외계행성 연구팀은 두 별로 이루어진 쌍성 주위에서 쌍성과 함께 생성된 후 쌍성의 격렬한 진화과정 속에서도 오랫동안 살아남은 2개의 외계행성을 세계 최초로 발견하여 '미국천문학회지' 2월호에 게재했다. 이 논문은 올해 1월 미국천문학회지에서 최근 2년간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 5편 중 하나로 선정되었는데, 이 논문의 인용도는 평균에 비해 약 10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인용도가 높은 것은 천문연이 발표한 논문의 중요성과 우수성을 국제 학계가 인정한 것이다.
우주에 있는 별들의 50% 이상은 두 별이 중력으로 묶여 쌍을 이루면서 서로 공전하는 쌍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발견된 약 700여개의 외계행성 중에서 쌍성계의 두 별 주위를 도는 외계행성은 케플러-16b을 포함하여 단지 10개밖에 없다. 외계행성은 다양한 방법에 의해 찾을 수 있는데, 이들 행성 모두 한 천체가 다른 천체를 가리는 식(蝕) 현상을 이용하여 발견됐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표적인 식현상은 일식과 월식이다. 쌍성 중에서 관측자의 시선방향과 두 별의 공전면이 거의 일치할 경우에 두 별이 서로 식을 일으키며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별을 식쌍성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원리로 별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이 별의 표면을 가로질러 횡단하면서 별빛을 가려 어두워지는 현상으로부터 외계행성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런 별표면 통과(transit) 방법에 의해 홑별 주위를 공전하는 180여개의 외계행성이 알려졌다. 최근에 발견된 케플러-16b는 식쌍성계의 두 별의 표면을 통과하는 최초의 외계행성인 것이다.
한편, 식쌍성에서 식이 일어나는 시각(극심시각이라고 함)은 엄격히 주기적이어서 시계와 같은 역할을 하고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만약 행성이 식쌍성 주위를 공전하면, 쌍성의 두 별은 쌍성-행성계의 질량중심 주위로 궤도 운동을 하게 된다. 따라서 쌍성으로부터 나온 빛이 관측자에게 도달하는 시간이 주기적으로 변하게 되고 관측한 극심시각도 같은 형태로 변하는데, 이런 방법을 통해 쌍성 주위에 있는 행성을 찾아낼 수 있다. 케플러-16b과 달리 남아있는 9개의 외계행성들은 이 시간 변화를 측정하는 방법을 통해 먼저 발견됐고, 더욱이 극심시각 분석방법에 의해 두 별을 동시에 도는 외계행성을 발견한 것은 천문연이 처음이다.
두 별을 동시에 도는 외계행성계의 발견은 영화속 타두인 행성과 같이 두 개의 태양을 가진 쌍성에서도 행성이 생성되고 살아남을 수 있음을 밝히는 중요한 증거다. 이는 행성의 기원과 진화 연구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두 별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에서는 생명체가 살 수 있을까?' 천문연이 호주, 칠레, 남아공 등에 건설 중인 2m급 외계행성 탐색용 망원경이 완성되어 연구에 활용되면 지구형 외계행성의 발견과 더불어 이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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