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우]영화 '스타워즈' 속 타투인 (Tatooine) 행성을 찾아서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이재우]영화 '스타워즈' 속 타투인 (Tatooine) 행성을 찾아서

[사이언스 칼럼]이재우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 선임연구원

  • 승인 2011-10-24 14:08
  • 신문게재 2011-10-25 21면
  • 이재우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 선임연구원이재우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 선임연구원
▲ 이재우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 선임연구원
▲ 이재우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 선임연구원
영화 '스타워즈'에는 주인공인 루크 스카이워커(Luke Skywalker)의 고향 행성인 타투인(Tatooine)에서 두 개의 태양이 동시에 지는 광경이 나온다. 얼마 전 미국항공우주국 NASA는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케플러 망원경을 이용해 두 별을 동시에 돌고 있는 행성을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케플러-16b'로 명명된 이 행성은 지구에서 약 200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외계행성으로, 229일의 주기로 쌍성계의 두 별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 이 행성의 질량과 반지름은 각각 목성의 0.33배와 0.75배이고, 표면온도는 영하 103~73로 추정된다. NASA는 홈페이지를 통해 '스타워즈'에서만 볼 수 있었던 2개의 태양이 뜨는 행성이 과학적으로도 사실이 증명됐다면서, 지금까지 쌍성계에서 한 개의 별을 돌고 있는 행성이 발견된 적은 있지만 두 별을 동시에 돌고 있는 행성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발견에 앞서 2009년에 한국천문연구원(이하 천문연)의 외계행성 연구팀은 두 별로 이루어진 쌍성 주위에서 쌍성과 함께 생성된 후 쌍성의 격렬한 진화과정 속에서도 오랫동안 살아남은 2개의 외계행성을 세계 최초로 발견하여 '미국천문학회지' 2월호에 게재했다. 이 논문은 올해 1월 미국천문학회지에서 최근 2년간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 5편 중 하나로 선정되었는데, 이 논문의 인용도는 평균에 비해 약 10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인용도가 높은 것은 천문연이 발표한 논문의 중요성과 우수성을 국제 학계가 인정한 것이다.

우주에 있는 별들의 50% 이상은 두 별이 중력으로 묶여 쌍을 이루면서 서로 공전하는 쌍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발견된 약 700여개의 외계행성 중에서 쌍성계의 두 별 주위를 도는 외계행성은 케플러-16b을 포함하여 단지 10개밖에 없다. 외계행성은 다양한 방법에 의해 찾을 수 있는데, 이들 행성 모두 한 천체가 다른 천체를 가리는 식(蝕) 현상을 이용하여 발견됐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표적인 식현상은 일식과 월식이다. 쌍성 중에서 관측자의 시선방향과 두 별의 공전면이 거의 일치할 경우에 두 별이 서로 식을 일으키며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별을 식쌍성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원리로 별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이 별의 표면을 가로질러 횡단하면서 별빛을 가려 어두워지는 현상으로부터 외계행성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런 별표면 통과(transit) 방법에 의해 홑별 주위를 공전하는 180여개의 외계행성이 알려졌다. 최근에 발견된 케플러-16b는 식쌍성계의 두 별의 표면을 통과하는 최초의 외계행성인 것이다.

한편, 식쌍성에서 식이 일어나는 시각(극심시각이라고 함)은 엄격히 주기적이어서 시계와 같은 역할을 하고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만약 행성이 식쌍성 주위를 공전하면, 쌍성의 두 별은 쌍성-행성계의 질량중심 주위로 궤도 운동을 하게 된다. 따라서 쌍성으로부터 나온 빛이 관측자에게 도달하는 시간이 주기적으로 변하게 되고 관측한 극심시각도 같은 형태로 변하는데, 이런 방법을 통해 쌍성 주위에 있는 행성을 찾아낼 수 있다. 케플러-16b과 달리 남아있는 9개의 외계행성들은 이 시간 변화를 측정하는 방법을 통해 먼저 발견됐고, 더욱이 극심시각 분석방법에 의해 두 별을 동시에 도는 외계행성을 발견한 것은 천문연이 처음이다.

두 별을 동시에 도는 외계행성계의 발견은 영화속 타두인 행성과 같이 두 개의 태양을 가진 쌍성에서도 행성이 생성되고 살아남을 수 있음을 밝히는 중요한 증거다. 이는 행성의 기원과 진화 연구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두 별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에서는 생명체가 살 수 있을까?' 천문연이 호주, 칠레, 남아공 등에 건설 중인 2m급 외계행성 탐색용 망원경이 완성되어 연구에 활용되면 지구형 외계행성의 발견과 더불어 이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의정부시, 시민 김지민 씨 저소득층에 성금 100만 원 전달
  2. 김해시, 2026년 노인일자리 7275명 확대 모집
  3. 인천 미추홀구, ‘시 특색 가로수길 평가’ 최우수기관 선정
  4. 대전을지대병원, 바른성장지원사업 연말 보고회 개최
  5. 대전상의, 청양지회-홍성세무서장 소통 간담회 진행
  1.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2. 이장우 시장 맞은 충남대병원, "암환자 지역완결형 현대화병원 필요" 건의
  3. 공공사업 낙찰 규모 계룡건설산업 연말에 1위 탈환할까
  4. 노사발전재단 충청중장년내일센터, '대전 기업 밋업데이' 개최
  5. 대청호 가을녹조도 하향추세…조류경보 '관심'으로

헤드라인 뉴스


`K-스틸법` 국회 본회의 통과… 대한민국 철강산업 재도약 발판

'K-스틸법' 국회 본회의 통과… 대한민국 철강산업 재도약 발판

침체를 겪는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이른바, ‘K-스틸법’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가 경제의 탄탄한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충청 의원들이 대표 발의한 여러 민생법안들도 국회 문턱을 넘었으며, 여야 갈등의 정점인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 체포동의안도 국회 가결됐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장에서 여야 합의로 상정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K-스틸법)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 결과, 재석 의원 255명 중 찬성 245명, 반대 5명, 기권 5명으로 가결했다고 밝혔다. K-스틸..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 곳곳에서 진행 중인 환경·휴양 인프라 사업은 단순히 시설 하나가 늘어나는 변화가 아니라, 시민이 도시를 사용하는 방식 전체를 바꿔놓기 시작했다. 조성이 완료된 곳은 이미 동선과 생활 패턴을 바꿔놓고 있고, 앞으로 조성이 진행될 곳은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단계에 있다. 도시 전체가 여러 지점에서 동시에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갑천호수공원 개장은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사례다. 기존에는 갑천을 따라 걷는 단순한 산책이 대부분이었다면, 공원 개장 이후에는 시민들이 한 번쯤 들어가 보고 머무..

‘줄어드는 적십자회비’… 시도지사협의회 모금 동참 호소
‘줄어드는 적십자회비’… 시도지사협의회 모금 동참 호소

연말연시 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을 나누기 위한 적십자회비가 매년 감소하자,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유정복 인천시장)가 27일 2026년 대국민 모금 동참 공동담화문을 발표했다. 국내외 재난 구호와 취약계층 지원, 긴급 지원 등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 대한 인도주의적 활동에 사용하는 적십자회비는 최근 2022년 427억원에서 2023년 418억원, 2024년 406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도 현재까지 406억원 모금에 그쳤다. 협의회는 공동담화문을 통해 “최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적십자회비 모금 참여가 감소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