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연희 인터넷방송국 |
김호연재는 허난설헌에 버금가는 조선시대 여류문인이다. 허난설헌이 섬세한 필치로 여인의 감성을 노래했다면 호연재는 호연(浩然)이란 이름처럼 의연한 군자(君子)의 기상을 품은 당찬 여인이었다.
쌀이 떨어져 군수인 친정오빠에게 쌀을 빌리면서도 “호연당 위의 호연한 기상/ 구름과 물, 사립문 호연함을 즐기네/ 호연이 비록 즐거우나 곡식에서 나오는 법/ 삼산군수에게 쌀 빌리니 이 또한 호연한 일일세.<걸미삼산수(乞米三山守)>”라며 자존심을 잃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런 그녀가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 대전에서 펼쳐진 여성문화축제를 보며 화가 났을 것 같다. 물론 500만원이란 적은 예산으로 연극도 준비했고 시와 노래, 음식까지 구색을 갖추기는 했다.
하지만 이런 행사들은 동춘당공원 구석에서 옹색하게 진행됐다. 그녀가 살던 집(송용억 가옥) 대청마루에 앉아 시를 읊고 노래를 했다면 이것만으로도 보는 사람들에게 그녀의 신산한 삶이 고스란히 전해졌을 텐데 말이다.
동춘당가 며느리들의 손맛이 담긴 음식들도 이집 사랑채에서 맛봤다면 품격이 더해졌을 것이다.
찾아주는 기관단체장도, 정치인도, 문중 사람들도 없이 썰렁한 500만원 짜리 축제가 호연하지만 외로웠던 그녀의 삶만큼이나 쓸쓸해 보였다.
수백 가지가 넘는 우리나라 축제 가운데 여성의 이름을 내걸고 하는 축제는 강릉의 허난설헌 여성문화축제와 대전의 김호연재 여성문화축제 뿐이다.
허난설헌축제가 이틀에 걸쳐 성대하게 펼쳐지는 데 비하면 호연재축제는 2시간짜리 동네행사다. 축제장을 찾은 한 여성학자는 김호연재 할머니에게 송구스러워 더 이상 볼 수 없다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대전시가 우리 지역 대표 여성문학가인 김호연재를 재조명해 전국에 알리는데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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