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관 세종특별자치시 출범준비단장 |
경찰은 두 사람에게 제안한다. “두 사람 모두 순순히 자백하면 5년형에 처하겠다. 그러나 둘 중 한사람만 자백하면 자백한 사람은 방면하고, 끝까지 부인한 사람은 10년형에 처하겠다. 만일 두 명 모두 부인하면 얼마 전 저지른 경범죄를 재수사해 1년형에 처하겠다.” 이 상황에서 A, B 각자의 입장에서 보면 자백을 하는 것이 우월한 전략이다. 하지만 이것이 두 사람 모두에게 바람직한 결과는 아니다. 두 사람 모두 끝까지 부인하면 1년만 형을 살아도 되는데 5년을 살게 되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각자 입장에서 우월한 전략을 선택했지만, 결국은 공멸의 전략이 된 것이다.
그럴 듯해 보이는 이 이론이 현실에서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단판승부에 맞는 분석이론이고 상대방과의 정보공유가 차단된 상황에 적합하다. 그런데 어디 현실에서 벌어지는 만사가 단판승부로 끝날 일이 얼마나 되고, 또 수많은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있으니 현실을 분석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실을 분석하는 유용한 도구로 자주 인용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즉 내가 협력하면 상대방도 협력할 것이라는 점을 서로 믿고, 각자가 협력하는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점이다. 이것이 요즘 얘기하는 상생의 원리다.
상생은 혼자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같이 가는 것이고, 이것은 내 몫을 챙기는데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나눌 파이의 크기를 키우는 일이다. 이러한 원리는 정부 부문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와 세종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등 정부를 상대로 충청권 자치단체가 하나되는 과정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만약 다른 자치단체의 약점을 들추고 자신의 강점만을 강조하는데 급급했다면, 그 결과는 공멸이다. 하지만 각 자치단체는 상생의 기초위에 협력관계를 구축했고 의도한 성과를 이끌어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행보다. 상생의 원리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협력관계가 연속성 있게 지속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 시점에서 인근 자치단체와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할 파트너인 세종시는 존재하지 않는다.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할 명분도 있고 의지도 있지만 정작 파트너가 없다보니 이러한 협력관계에 균열이 생길 소지가 많다.
세종시를 둘러싼 인근 자치단체에서는 세종시에 마냥 퍼주기만 해야하나하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그러다 보니 각 자치단체에서 떨어져 나갈 세종시 편입지역에 대한 투자에 소홀해 질 수 있다. 그렇지만 자치단체로서의 세종시는 존재하지 않지만, 세종시민이 될 주민은 존재하기 때문에 세종시는 현재도 존재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청원군에서는 세종시로 편입되는 부용주민들을 위해 내년에 타임캡슐 봉인, 기념탑 제막 등 다양한 석별의 행사를 계획한다고 한다. 그동안 한 울타리에서 생활하던 주민들과 행정구역을 달리하는데 대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시집가는 딸에 대한 애정의 표현이라고 한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얘기다.
세종시는 내년 7월에 출범하기 때문에 2012년 세종시 예산은 편입되는 5개 자치단체에서 예산을 편성하고, 출범 시점에 맞춰 세종시로 이관하는 형식을 밟게 된다. 재정사정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세종시 편입지역까지 배려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청원군과 같이 지역주민을 배려하는 상생의 원리가 다른 자치단체로 널리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세종시가 출범했을 때 인근 자치단체와의 협력관계, 상생의 원리가 실현되는 시작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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