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일]소수 전문가보다 평범한 다수가 더 지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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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동일]소수 전문가보다 평범한 다수가 더 지혜롭다

[월요아침]육동일 충남대 공공문제연구소장

  • 승인 2011-10-23 13:25
  • 신문게재 2011-10-24 20면
  • 육동일 충남대 공공문제연구소장육동일 충남대 공공문제연구소장
▲ 육동일 충남대 공공문제연구소장
▲ 육동일 충남대 공공문제연구소장
개미 한 마리는 지능이 거의 없다. 하지만 개미 여러마리가 집단을 이루면 상당한 수준의 지능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개미가 여럿이 모여 집단을 이루면 페로몬이라는 화학물질을 분비하면서 서로간의 의사소통을 통해 각자의 지능을 모으기 때문에 상당한 수준의 지적 능력을 나타내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집단지성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주식투자 경쟁에서도 입증이 된 바 있다. 주식전문가 한사람의 판단이 옳은 경우보다 비전문가 집단이 하나로 지혜를 모을 때 더 많은 투자수익을 거둘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즉 전문가 개인이 비전문가 개개인에 비해서 우수하더라도 비전문가 전체능력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캐나다 오타와대학 피에르 레비 교수 역시, 개인으로 할 수 없는 일을 집단은 가능케 한다고 말하면서 집단지성의 위대성을 강조한다. 이것이 바로 개인은 답을 몰라도 집단은 답을 안다는 '집단지성의 힘'이다. 그래서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똑똑한 사람은 없어지고 부지런한 사람만 남게 된다고 말한다.

현대사회에서 집단지성의 대표적인 사례로서 '위키피디아'라는 인터넷 백과사전을 들고 있다. 위키피디아는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는 웹사이트에서 전 세계 네티즌들이 모여 함께 만들어가는 개방형 인터넷 백과사전이다. 지금까지 세계 최고의 백과사전은 각 분야 전문가에게 원고 집필을 의뢰하고, 장시간에 걸쳐 원고를 받아 최종 완성본을 종이 사전으로 출간하고있는 '브리태니커'였다. 그러나 첨단기술의 발달로 지식과 정보의 양이 폭증하는 정보화 시대에는 과거와 같은 제작방식으로는 백과사전으로의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게 됨에따라 위키피디아에게 최고의 자리를 넘겨주게 되었다.

위와 같은 사례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가 크다. 우선 기업을 보자. 과거에는 신제품을 결정하거나 새로운 디자인을 채택할 때, 기업내부 담당자들끼리 의견을 모아 상부에 보고하는 일련의 의사결정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지금은 기업내부의 의견에만 의존하지 않고 해당 제품 내지 타사의 유사 제품을 이용하는 다수 소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결정을 내린다. 다수 소비자들의 집단지성을 이용하는 것이 조직 내부의 한정된 의견을 수렴한 것보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기업 밖에 있는 여러 사람들에게 의견을 들어서 결정하는 새로운 경영방식은 지방자치시대 지방행정에 주는 의미가 더욱 크다. 지방자치 실시 이전의 지방행정은 행정조직 내부의 공무원들끼리 결정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주민들은 그저 공무원들이 결정한 정책이 잘 집행되도록 따라가는 행정관리와 통제의 대상에 불과했다. 지방자치가 실시되고 그에 따라 주민참여가 강조되면서 지방행정에 변화가 나타났다. 그러나 주민들의 참여는 어디까지나 전문가들의 참여에 한정했다. 일반주민들의 참여는 여전히 정책결정과정에서 배제된 채 집행과정에 협력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집단은 그 집단의 가장 우수한 개인보다 더 똑똑해진 새로운 사실을 외면하고 그저 일반주민의 참여는 시간낭비적이고 비효과적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전시가 고민하고 있는 지하철 노선결정문제나 충남도의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이제 관련 학자나 전문가의 의견을 모으는데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일반주민들의 의견과 판단에 귀기울이는 것이 훨씬 지혜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더군다나 일반주민의 의견이 존중된 결정에 대해서 주민들은 집행과정에서 아낌없는 지원과 협력을 보내주기 때문에 정책과 제도의 성공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이명박 대통령도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며 소수 엘리트만으로 정부를 운영하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집단지성의 위력을 간과한 결과다. 이제는 똑똑한 다수의 군중이 힘을 모아 세상을 바꾸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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