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효]다산(茶山)이 살아 있다면

  • 오피니언
  • 사외칼럼

[하영효]다산(茶山)이 살아 있다면

[논단]하영효 산림청 차장

  • 승인 2011-10-20 16:51
  • 신문게재 2011-10-21 20면
  • 하영효 산림청 차장하영효 산림청 차장
▲ 하영효 산림청 차장
▲ 하영효 산림청 차장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우리 사회의 각종 부정부패 비리 사건을 보면서 나라 전체가 비리투성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전체 물을 흐린다는 말이 있듯이 일각의 비리가 유독 돋보이는 것일 뿐 우리나라 모든 부문이 부패와 비리에 물든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 그 자체가 심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공직자가 연루된 부정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를 싸늘히 바라보는 국민의 눈길을 보면서 필자는 다산(茶山)의 가르침을 생각해 본다.

다산 정약용(丁若鏞)은 1818년 목민심서(牧民心書)를 저술했다. 이 책은 지방관이 지켜야 할 도리를 제시하고 지방 관리들의 폐해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부임(赴任)', '율기(律己)' 등 12편으로 구성됐고 각 편은 6조로 나눠져 있다.

자신이 지방관과 암행어사를 거치는 동안의 경험과 18년간의 귀양살이를 통해 체험한 것을 서술한 책으로 특히, 공직자의 자기관리를 강조한 율기 6조는 이 시대 공직자들이 살아가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율기편에는 몸가짐을 단정하게 하라는 '칙궁(飭窮)', 마음가짐을 청렴하게 하라는 '청심(淸心)', 집안 법도를 바르게 하라는 '제가(齊家)', 사사로운 손님을 사절하라는 '병객(屛客)', 씀씀이를 절약하라는 '절용(節用)', 백성에게 은혜를 베풀라는 '낙시(施)'를 각각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중에서 다산이 공직자에게 제시한 최고의 덕목은 청심이다. 이와 관련 다산은 청렴에 대해 “모든 선의 원천이며 모든 덕의 근본으로, 청렴하지 않고서 지방관 노릇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청렴은 천하의 큰 장사이기 때문에 욕심이 큰 사람은 반드시 청렴하려 하고, 청렴하지 못한 사람은 그 지혜가 짧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뇌물은 누구나 비밀스럽게 주고받지만 한밤중에 한 일도 아침이면 드러난다. 아무리 작은 선물이라도 이미 사사로운 정으로 행해진 것”이라며 경계하라고 가르친다.

200여년전 다산이 공직자의 청렴을 중시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발생하고 있는 각종 부정비리 사건의 대다수가 권력을 이용한 사리사욕에서 기인된 것처럼 그 시대에도 공직자의 썩은 권력으로 인해 수많은 민초가 고초를 당하고 사회가 불안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다산의 청렴사상을 가슴에 새기며 사회에 만연한 부정비리를 근절해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공직자로 이뤄진 관료조직은 그동안 국가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공직자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초심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누구나 청운의 꿈을 안고 공직에 입문할 때 가졌던 공심(公心)은 바로 청렴한 마음이었다는 것을 기억하지 않는가.

산림청이 올해를 청렴문화 정착 원년으로 삼고 고위공직자에게 청렴서약을 의무화하면서 알선·청탁 방지대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다산이 살아있어서 비리로 얼룩진 지금의 세태를 본다면 뭐라고 할까.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2.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3.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4.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5.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1.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2.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5.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