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완득이] 두 남자의 유쾌하고 특별한 '멘토링'

  • 문화
  • 영화/비디오

[영화-완득이] 두 남자의 유쾌하고 특별한 '멘토링'

세상과 담을 쌓은 외로운 10대…오지랖 선생을 통해 만난 세상 감독: 이한 출연: 유아인, 김윤석, 이자스민, 박수영

  • 승인 2011-10-20 16:28
  • 신문게재 2011-10-21 13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완득이는 우리 사회 부조리의 한복판에 있다. 아버지는 장애인이고 학교에선 공개적으로 생활수급품을 받으며 자존심을 죽여야 하는 처지다. 뒤늦게 나타난 어머니는 외국인 노동자라는 출생의 비밀까지. 그에게 “얌마, 도완득”하고 부르는 선생님이 다가온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김춘수 시인의 ‘꽃’은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완득이도 그랬다. 철부지이자 때로는 애늙은이 같고 문제아이며 세상과 담을 쌓고 사는 외로운 10대였다. 동주(라고 쓰고 ‘똥주’라고 읽는다) 선생님이 “얌마, 도완득”하고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걸핏하면 “얌마, 도완득”하고 불러대는 선생님이 영 마뜩찮다. 기초생활수급품을 받아가라고 반 친구들 귀에 다 들리도록 말하지 않나, 옆집 옥탑방으로 이사와선 생활수급품으로 받아온 ‘햇반’을 던지라고 하지 않나, 개념도 없어 보인다. 교회에 가서 “하느님, 똥주 좀 죽여주세요”라고 기도도 하지만, “얌마, 도완득”하고 이름이 불릴 때마다 조금씩 세상에 마음을 여는 자신이 느껴진다. 오지랖 넓은 선생님과 부딪히면서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아이’ 완득이는 점차 땅에 발을 단단히 디디는 ‘청춘’이 되어 간다.

영화 ‘완득이’는 세상과 담을 쌓는 소심한 반항아와 그런 아이를 세상으로 끄집어내는 오지랖 선생님의 이야기다. 출간 3년 만에 70만부가 팔린 김려령 작가의 동명 원작을 생동감 있게, 더 재미있게 살려냈다.

“살아보니 세상이 다 대학이더라”, “가난한 게 쪽팔린 게 아니라, 굶어서 죽는 게 쪽팔린 거야”하는 귀에 쏙쏙 박히는 대사는 훌륭한 원작 덕분이다. ‘완득이’의 미덕은 단순히 방황하는 10대의 성장담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완득이와 동주 선생님 사이의 굵은 감정에 집중하면서 다문화가정, 장애와 빈곤, 교육과 청소년 문제를 극 안에 끌어들인다.

무겁지 않다. 이런 코드들은 김윤석과 유아인의 더할 나위 없는 호흡과 사회 소외계층을 등장인물로 설정하는 것으로 성공적으로 형상화됐다.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주변인물들이 처한 사회 현실을 자연스럽게, 소소하지만 촘촘하게 엮어낸 웃음이 유쾌하고 따뜻하다.

‘악덕교사’인지 ‘참스승’인지 헷갈리는 ‘똥주’를 맞춤옷을 입은 듯 넉살좋게 연기한 김윤석이야 워낙 연기 잘하기로 이름난 배우이니 그렇다치자. 유아인은 ‘발견급’이다. 때로는 철부지 같고 때로는 애어른 같고, 순진한 듯 까칠하고, 냉소적인 듯 따스한 완득이의 다양한 면모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체화해낸다. 그를 통해 완득이는 빛을 얻었고 캐릭터는 더 풍성해졌다.

원작을 따라가느라 사춘기 소년의 굴곡 많은 에너지가 드러나지 않고 가슴 죄는 사건도, 소용돌이치는 클라이맥스도 없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그러나 개성 강한 캐릭터가 빚어내는 감정의 밀도가 단단하고 아기자기한 상황이 주는 재미는 그런 약점을 커버하고도 남는다.

귀화했으니 분명 한국 사람인 여성을 피부색이 다르다고 목욕탕에서 쫓아내고, 가난이 범죄로 이어지고, 청소년 폭력이 사회문제가 되어 들끓고 있는 2011년 오늘, 그 도가니 속에서 길어 올린 한 소년의 건강한 성장담은 그 의미가 작지 않다. 아무리 어려운 세상이라고 해도 우리의 청춘들에게 ‘희망’이 있다고 들려주는 ‘청춘예찬’이기에.

안순택 기자 sootak@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3.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1.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2. 이장우 "임계점 오면 충청기반 정당 창당"
  3. 연명치료 중에도 성장한 '우리 환이'… 영정그림엔 미소
  4.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5.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