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어촌 체험마을은 농어민과 도시민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1석 2조의 관광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도시민은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만끽하고 농어민은 지역의 농업과 자연경관, 전통문화를 활용해 소득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충남에만 모두 155개의 농산어촌 체험마을이 조성돼 우수한 자연자원을 도시민에게 소개하고 농어촌 소득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도내 대표적인 체험마을을 알아본다.<편집자 주>
▲청양 산꽃마을=작년 1만1000명 다녀간 한국의 알프스
특히 눈이 내린 겨울의 모습은 알프스나 다름없다. 산꽃마을의 아름다움은 마을을 찾아들어갈 때부터 나타난다. 마을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 하나인 645번 지방도를 따라가야 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웅전이 2개'인 장곡사로 향하다 보면 도로 양쪽에 줄줄이 늘어선 벚꽃 나무가 관광객들을 반긴다. 봄에는 길게 늘어선 벚꽃 터널을 지나는 것만으로도 도시의 답답함을 잊게 된다.
이 길을 따라 나지막하면서도 구불구불 굽은 칠갑산 중턱을 지날 쯤, 비탈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작은 마을이 산꽃마을이다. 모두 38가구 87명이 거주하는 이 마을은 임야가 253㏊로 전체 영농 규모(287㏊)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골마을이다.
조용한 시골마을이지만 2005년 산촌생태마을 지정을 시작으로 잇따라 체험마을 조성 사업이 진행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 해는 모두 1만1000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이로 인한 소득만 1억3000만원을 올렸다.
그렇다고 요란한 볼거리나 먹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산에서는 피는 야생화를 잘 다듬어 가꾼 전시장이나 꽃사탕만들기, 야생화 화분만들기 등 야생화를 이용한 체험 프로그램 등이 전부다.
특히 2009년부터 시작한 축제에서도 화전이나 아카시아꽃 튀김, 꽃비빔밥 같은 음식을 만들거나 마을 뒤 야산에서 벌을 치거나 표고버섯을 따는 정도다.
하지만 소박한 일상이 지친 도시민에게 새로운 활력소가 된다. 지금의 30~40대에게는 어린시절, 고향마을이나 시골 외갓댁을 방문하던 일들을 추억하게 해 준다.
장광석 산꽃마을 대표는 “마을 분들이 자연을 닮아 느긋하다”며 “답답하거나 특별할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마을이지만 도시민이 놓치고 사는 것들이 이곳에 있어 관심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이랑마을=400여점 농기구전시 학습장 '인기'
이 마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쟁기와 보습 등 각종 농기구 4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는 '농기구전시장'이다.
조립식 건물로 지어져 허름하긴 하지만, 마을에서 모은 각종 농기구는 전통 농업 기술에 대한 흔적을 알 수 있다. 특히 지금은 쉽게 볼 수 없는 망태기와 짚신, 우비인 도롱이, 새잡이 도구인 '새탑새기' 등 다양한 짚풀 생활용품이 자리잡고 있어 옛 것에 대한 진한 향수를 느끼게 한다.
이와 함께 유기농법으로 재배하는 채소를 맛보고 직접 키워볼 수도 있다. 이곳 주민들은 1994년부터 85만8000㎡(26만평)의 땅에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관광객들은 채소와 토마토 가꾸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또한 수수를 빻아 콩과 함께 찌는 '수수도가니떡'을 주민과 함께 만들어 먹을 수 있고, 보릿짚로 여치집 등을 만들 수 있다.
마을 뒷산인 고룡산(해발 295m)에 2시간 코스의 등산로도 있다. 맑은 날 일몰시간에 고룡산에 오르면 서해대교를 배경으로 떨어지는 멋진 낙조를 볼 수 있다.
사슴 사육장을 둘러보고 사슴고기를 맛보면서 휴가를 즐길 수도 있다. 윤보선 전 대통령의 묘소 인근에 있는 아산시 음봉면 동천2리는 사슴 사육 농가 10여 가구가 있어 사슴마을로 불린다. 사슴마을은 온양온천에서 자동차로 10여분 거리로 현충사와도 가까워 아산관광을 마친 뒤 숙박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금산 바리실마을=대표농산물 사과·인삼 관광객이 직접 수확
하지만 지난 2004년 녹색농촌 체험마을로 지정된 뒤 분위기가 달라졌다.
녹색농촌 체험마을에 도전해보자는 의견이 제시됐고 마을 사람들이 한번 해보자며 힘을 모은 결과다.
수확철에 맞춰 관광객들이 사과 따기 및 인삼 캐기 등에 참여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했다. 2억원의 지원금은 도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민박시설을 꾸며 체류 관광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다.
이같은 노력 덕분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마을을 다녀간 사람들이 다음 해에 다시 마을을 찾고 방문하지 못하더라도 농산물을 직접 주문했다. 주문량이 늘어 물량을 확보하지 못할 정도다.
지속적인 노력으로 올해 도농교류 협력사업에 선정돼 2000만원의 인센티브를 받았고 이를 농어촌 현장체험과 도농교류 활성화를 위한 사업에 재투자하며 도농 교류 활성화의 모범이 되고 있다.
▲논산 햇빛촌바랑산마을=공동생산·생활 모토로… 내고향같은 휴식을
논산시 '햇빛촌바랑산마을'은 2007년 행정안전부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사업에 '바랑산'을 무기로 내세워 선정됐다. 오산리 주민들에게 바랑산은 삶의 터전, 그 자체다. 가구의 30% 정도가 농업에 종사하는데 취, 머위, 호박 등 각종 채소와 감나무가 모두 바랑산의 기를 받아 자란다.
마을 입구에 자리잡은 '사계절 체험장'은 주민들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해 주는 마을회관이자 직장이다.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짚공예실, 미니 도서관, 정보화센터, 체험장, 식당 등이 한자리에 자리잡고 있다. 옆 건물에는 각종 나물 등을 포장하는 창고도 마련됐다. 농사짓는 동네 주민들 모두가 새벽부터 이곳으로 출근해 하루를 보낸다.
이시우 기자 jab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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