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일곤 감독은 진정한 사랑을 두 사람의 캐릭터만으로 전하고자 했다는데, 소지섭과 한효주의 그림은 감독의 의도에 정확하게 부응한다. 실제 사랑하는 사람처럼 잘 어울린다.
“너만 바라볼게” 만나고 헤어지기를 손바닥 뒤집듯 하는 요즘 시대에 이런 달콤한 말을 믿는 여자가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그 남자가 소지섭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구라'가 아니라 여성들의 판타지가 되는 것이다. 소지섭은 무뚝뚝하고 눈빛이 살아있는 사내, 온 마음을 다해 한 여자만을 사랑하고 그 여자를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극중 철민에게 자신의 매력을 십분 투영한다. 그의 감성연기는 여심뿐만 아니라 남심도 흔들어 기어코 눈물 흘리게 만든다.
전작 '영화는 영화다' 못지않은 '액션 간지'도 스크린에 발산한다. 여자의 수술비를 벌기 위해 위험한 도박 경기를 벌이는 장면에서 살벌한 눈빛과 몸을 던지는 격투로 사내의 절절한 사랑을 눈물겹게 그려낸다.
사랑스러운 시각장애인 정화를 맡은 한효주의 연기도 기대 이상이다. 발랄함과 깊은 슬픔, 밝음과 어둠을 오가며 입체적인 캐릭터를 잘 그려냈다.
'오직 그대만'은 찰리 채플린의 1931년 작 '시티 라이트'의 한국식 변주다. 시각장애를 가진 소녀를 눈 뜨게 하는 떠돌이의 이야기를 전직 권투선수와 시력을 잃어가는 착한 여자의 사랑이야기로 그린다. 두 남녀가 만나 조금씩 마음을 열고,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남자는 떠나며,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만나지 못하고, 그래서 아파하는 이야기를 정통 멜로, 50~60년대식 통속적인 감성으로 그려낸다. 사실 정통이란 그간 검증된 방식이고, 통속적이라는 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눈높이일 터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봤다고, 다른 순애보가 감동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요는 진부한 소재의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해내느냐의 문제다.
'오직 그대만'에서 '통속'은 드라마틱한 상황 설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억지스럽게 끌고 가려 하지 않는다. 두 남녀의 러브신도 남발하지 않고, 소지섭의 근육이나 한효주의 싱그러운 미소가 멋지다고 오래 머물지 않는다. 영화는 결정적 순간마다 카메라를 살짝 돌리고 한 호흡 쉰다. 생략과 절제미, 스토리는 진부할지언정 이를 표현해내는 호흡은 실로 차분하다. 이 세련된 연출이 영화를 살린다.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운 배우들의 절절한 연기와 감독의 절제된 연출 덕분에 '오직 그대만'은 아주 볼만한 영화가 됐다. 백미는 안타까운 울음을 토하며 철민을 찾으러 뛰어가는 정화의 모습이다. 이 클라이맥스 15분을 위해 93분이 필요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
'시티 라이트'의 클라이맥스는 시력을 되찾은 소녀가 불쌍한 마음에 채플린의 손에 동전을 쥐어주다가 손에서 느껴지는 촉감으로 '그 사람'임을 알아보는 장면이다. 정화는 철민을 알아볼 수 있을까.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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