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의 한 복판에 있던 서남표 총장의 일방 통행식 리더십 문제가 이제는 구성원간 헤게모니를 둘러싼 논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경종민 교수협회장의 지난 17일 편지가 도화선이 됐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경 회장은 'KAIST의 주인을 찾아주십시오'라는 제목의 편지를 통해 “학생들에게는 학생회가 있고 교직원들에게는 노동조합이 있지만 교수들에게는 합법적 대의기구가 없다”, “대학평의회 구성은 오래 전에 만들어진 대학평의회 규정에 따라 당연히 실행돼야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혁신비상위원회의 학생 위원으로 참여했던 KAIST 수리과학과 이병찬군은 19일 학내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교수협의 행동이 학내 주도권 쟁탈전으로 이어질까 염려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서 총장과 교수협의회가 총장이 임명하는 10명과 전체 교수회의에서 선임하는 15명의 교수 평의원으로 대학평의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지만, 학생들은 제외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군은 “대학본부나 교수협에서 전 구성원에게 메일을 보냈다는 기사를 봤는데 학부생들 대부분은 아무런 메일도 못받았다”며 학생 소외론을 들고 나왔다.
일부 학생들도 “혁신위에 총장 측 대표와 교수, 학생을 5대5대3의 비율로 넣는다고 했을 때부터 의구심이 들었는데. 결국 교수협도 학교처럼 하나의 이익집단아니냐”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KAIST 노조도 교수협 행보에 대해 거친 말을 써가며 일침을 가했다. 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교수협의회가 학생들조차 배제한 채 혁신위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제자들의 죽음을 팔아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라며 “대학평의회도 직원과 학생들을 철저히 배제하려 하는 등 비민주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교수협 측도 강경하다.
대학평의회는 학사조직 설치와 폐지, 학과의 개설·폐지 등의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교수들이 맡고 대학평의회 이름도 교수평의회로 바꾸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교수협-학생-노조간 이견이 대립되면서 복잡하게 꼬이는 형국이다. 서 총장 문제가 교수협의 '독선'으로 전환되는 분위기가 일자 학교 안팎에선 제2의 내홍 사태를 염려하고 있다.
KAIST의 한 구성원은 “이사회를 앞두고 카이스트 내홍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누군가의 꼼수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고 말했다.
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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