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시설공단의 법인카드 사용실태는 한마디로 '엿장수 맘대로'였다.
공단 자체 감사에서도 법인카드를 규정에 맞지 않게 사용한 것을 볼 때 감사원이나 국토해양부 감사가 진행되면 위법사례가 더 많지 않겠느냐는게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내용도 다양하다. 출장 등 객관적 증명없이 공휴일 및 원거리 지역에서 법인 카드를 쓴 사례는 기획조정실, 관리본부, 건설본부, 고속철도사업단, 직속부서 등 거의 전 부서에 걸쳐 만연돼 있었다. 시민사회단체가 이 대목을 의심하고 있다. 공휴일에 어떤 업무를 하느라 일반 음식점에서 법인 카드를 썼는가에 대해서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대전 경실련 이광진 사무처장은 “휴일에 법인카드를 사용할 일이 뭐가 있겠냐”며 “적법하게 집행되지 않는 법인카드는 횡령과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적발된 후에도 주의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며 위법성 따져 형사 처벌을 하는 등의 조치가 있어야 이 문제가 근절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철도공단의 법인 카드는 쓰는 사람 맘대로, 그 자체였다. 고속철도사업단 모 처장은 서울 은평구 갈비집에서 식사비를 결제했고, 직서부서 모 실장은 경기도 용인시의 한 시설의 입장권을 구입하기 위해 공단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썼다. 50만원 초과 업무추진성 경비에 대해서 일상감사를 받아야 함에도 이를 어겨 업무추진비 집행 투명성을 저해시켰다.
기획조정실의 한 부서는 지난해 1월 25일 국토해양부 업무보고 간담회 추진계획에 대해 처장 전결로 내부 결재를 받은 후 그 다음날 경기도 소재 식당에서 85만원을 결제 한 뒤 일상 감사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례가 무려 39건에 6334만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50만원 이상 업무추진비의 접대 상대방 관련을 기재하지 않은 금액이 23건에 2865만원에 달했다.
법인카드의 분할결제를 금지한 조항도 어겼다. 공단의 한 부서는 지난 2월 25일 전기분야 동반성장협의회 만찬비용 174만5000원을 모두 4회에 걸쳐 1회당 50만원 미만으로 분할 결제하고 상대방의 소속 및 이름을 기재하지 않았다가 적발됐다. 상품권 관리대장에 적정을 기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관리본부의 한 부서는 지난해 8월 31일 대전시 동구 대동의 한 새마을 금고에서 26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경영혁신비 예산으로 구입하는 등 지난 5월까지 1379만원의 상품권을 경영혁신비 및 일반운영비 예산으로 구입했다. 그러나 상품권을 현금교환이 쉬운 무기명 유가증권으로 상품권의 구입내역, 수령인 및 수령여부 등을 관리대장에 작성·비치하지 않아 보완 통보를 받았다. 감사실은 현행 규정에는 업무 추진비 이외의 예산으로 구입한 상품권에 대해선 관리대장을 작성하지 않아도 된다는 맹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전참여연대 금홍섭 사무처장은 “법인카드를 제돈 쓰듯이 하는 사례를 근절하기 위해선 공기업에 대해서 보다 강도 높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관련자에 대해서 엄한 징계와 함께 감사원 차원의 대대적인 확인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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