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영]현실과 허상을 표현했던 김철겸의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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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영]현실과 허상을 표현했던 김철겸의 '상'

김익규, 원시인들의 의사소통 주술적인 매듭으로 표현 송일영에게 '그린다'라는 의미는 “끊임없는 행위”였다

  • 승인 2011-10-18 14:21
  • 신문게재 2011-10-19 11면
  • 조상영 미술학 박사·평론가조상영 미술학 박사·평론가
■대전미술 이야기

▲조상영 미술학 박사·평론가
▲조상영 미술학 박사·평론가
김익규의 '진술(陳述) 78-2'=김익규는 수평의 구불구불한 나무에 매듭 끈을 다양하게 묶은 에스키스 작품을 팸플릿에 게재했다. 이 에스키스가 현장의 천장과 벽을 지지하는 둥근 나무와 그곳에 독특하게 묶여진 흰 밧줄로 설치되어 있다. 김익규의 관심은 언어가 생기기 전 원시인들의 의사소통에 있었기 때문에 주술적인 면과 언어적 차원에서의 매듭으로 표현한 면이 강했다. 이 작품을 위해 원시적이며 주술적인 주제로 토론하던 일도 잦았다고 한다.

김철겸의 상(像)=상이라는 김철겸의 작품은 검은 천에 거울을 붙여놓고 거울에는 테이프를 붙여 사람의 원근에 따라 인체를 측정할 수 있도록 한 작품이었다.

“대전 '78세대 첫 작품으론 실내에서 유리를 소재로 한 상이라는 작품이 있었죠. 내가 이 작품을 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재학 중까지 동학사에 가서 야외 스케치를 하게 되면서부터입니다. 동학사 계곡에서 그림 그리고 있으면 물속에 돌이 있고 낙엽이 잠겨 있거나 송사리 떼가 가는 게 보였어요. 그런데 그게 어떻게 보면 안 보이고 물 표면에 하늘이 떠가는 구름만 보였다가, 또 초점을 달리하면 물속에 헤엄치는 고기가 보였다가 하더라고요. 그게 사람 마음에 따라 보이고 안 보이고 하는 겁니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이 들더군요. 우리 인간들은 우선 모순이 뭐냐 하면 움직임을 완벽하게 재현해내지 못한다는 거잖아요. 정지된 것도 다 그리는 게 아니라 그것마저도 다 못 그린다는 이야기죠. 같은 물에서 속을 그리냐 겉을 그리냐 그걸 가지고 또 헤매고 있다는 사실이죠. 그래서 그 내용을 사람들한테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를 연구하다가 상이라는 거울 작품이 나왔어요. 거울에다가 전체적으로 눈금을 매겨놨어요. 본인이 거울을 쳐다보면서 거울 속에 나타나는 자기 얼굴이 작다고 느끼는 경우가 한 번도 없어요. 그렇잖아요? (지금 거울을 쳐다보고 있다) 봤을 때 거울 보이죠! 얼굴 보이죠! 이 거울을 보면서 거울 속에 나타난 본인 얼굴이 작다고 느낀 적이 있어요. 거울을 보면 자신의 얼굴이 정상인 것처럼 보여요.

▲김철겸의 작품 '상'
▲김철겸의 작품 '상'
그런데 거울 속에 나타나는 얼굴은 상당히 작거든요. 하지만, 사람들은 작다는 느낌을 안 받는 거죠. 무슨 얘기냐면 우리가 이미 관념적으로 살고 있다는 얘깁니다. 거울 속에는 내 얼굴이 작게 나오는 데도요. 그것을 인식시키기 위한 작품이에요.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허상에 속고 있다는 거죠.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현실 가운데는 허상들이 많고, 이렇게 간단한 것에도 속고 사는 데 우리가 그걸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는 인식 때문에 이런 작품을 구상한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직접 참여해서 얼굴 크기를 측정하는 컨셉트죠. 우리 주변 생활에 그런 것들이 너무 많죠. 아닌데도 당연하다고 하는 것들 말이에요.”
김철겸의 상은 인간의 의식과 현실에 대한 괴리감, 허상성을 관객들이 깨달을 수 있도록 관객참여를 유도했던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송일영의 내용과 자체와의 분리=송일영의 작품은 드로잉이다. 볼펜이나 연필 등으로 종이나 캔버스에 끊임없이 선을 긋는 작업방식을 택했는데, 정장직의 초기 작품과 유사함도 보인다.

“몇몇 서울 작가들 중에도 그린다는 행위를 강조한 분들이 있는데, 송일영은 그린다는 시작을 고민하고 표현하려고 한 거죠. 이 부분을 강조한 사람들은 물감으로 하든 단순하고 일상적인 재료를 쓰든 끊임없이 선을 긋는 행위를 하죠.
이건용의 '신체 드로잉'과도 유사성이 있죠. 그런데 이건용이 결과물로서 하나의 흔적이나 인체의 한계성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행위를 한다면, 송일영은 '그리는 게 무엇이냐'하는 질문에 대한 자기 답변이죠. 그는 '끊임없는 행위 그 자체다'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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