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영 미술학 박사·평론가 |
김철겸의 상(像)=상이라는 김철겸의 작품은 검은 천에 거울을 붙여놓고 거울에는 테이프를 붙여 사람의 원근에 따라 인체를 측정할 수 있도록 한 작품이었다.
“대전 '78세대 첫 작품으론 실내에서 유리를 소재로 한 상이라는 작품이 있었죠. 내가 이 작품을 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재학 중까지 동학사에 가서 야외 스케치를 하게 되면서부터입니다. 동학사 계곡에서 그림 그리고 있으면 물속에 돌이 있고 낙엽이 잠겨 있거나 송사리 떼가 가는 게 보였어요. 그런데 그게 어떻게 보면 안 보이고 물 표면에 하늘이 떠가는 구름만 보였다가, 또 초점을 달리하면 물속에 헤엄치는 고기가 보였다가 하더라고요. 그게 사람 마음에 따라 보이고 안 보이고 하는 겁니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이 들더군요. 우리 인간들은 우선 모순이 뭐냐 하면 움직임을 완벽하게 재현해내지 못한다는 거잖아요. 정지된 것도 다 그리는 게 아니라 그것마저도 다 못 그린다는 이야기죠. 같은 물에서 속을 그리냐 겉을 그리냐 그걸 가지고 또 헤매고 있다는 사실이죠. 그래서 그 내용을 사람들한테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를 연구하다가 상이라는 거울 작품이 나왔어요. 거울에다가 전체적으로 눈금을 매겨놨어요. 본인이 거울을 쳐다보면서 거울 속에 나타나는 자기 얼굴이 작다고 느끼는 경우가 한 번도 없어요. 그렇잖아요? (지금 거울을 쳐다보고 있다) 봤을 때 거울 보이죠! 얼굴 보이죠! 이 거울을 보면서 거울 속에 나타난 본인 얼굴이 작다고 느낀 적이 있어요. 거울을 보면 자신의 얼굴이 정상인 것처럼 보여요.
▲김철겸의 작품 '상' |
김철겸의 상은 인간의 의식과 현실에 대한 괴리감, 허상성을 관객들이 깨달을 수 있도록 관객참여를 유도했던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송일영의 내용과 자체와의 분리=송일영의 작품은 드로잉이다. 볼펜이나 연필 등으로 종이나 캔버스에 끊임없이 선을 긋는 작업방식을 택했는데, 정장직의 초기 작품과 유사함도 보인다.
“몇몇 서울 작가들 중에도 그린다는 행위를 강조한 분들이 있는데, 송일영은 그린다는 시작을 고민하고 표현하려고 한 거죠. 이 부분을 강조한 사람들은 물감으로 하든 단순하고 일상적인 재료를 쓰든 끊임없이 선을 긋는 행위를 하죠.
이건용의 '신체 드로잉'과도 유사성이 있죠. 그런데 이건용이 결과물로서 하나의 흔적이나 인체의 한계성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행위를 한다면, 송일영은 '그리는 게 무엇이냐'하는 질문에 대한 자기 답변이죠. 그는 '끊임없는 행위 그 자체다'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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