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공연되는 연극 중에서는 새로운 형식의 연극도 포함돼 있어 다양한 무대 공연을 접하고자 하는 연극 마니아들에게는 좋은 기회다. 지난해 대전연극의 큰 소식 중 하나는 '소극장 연극제'에 대한 성과다. 묵묵히 한 자리를 지키며 지역의 공연문화 활성화를 위해 땀 흘려 온 소극장들이 문화에 목마른 지역민들을 찾아갔다. 그 결과 행사 첫날부터 비좁은 소극장 객석을 관객들이 가득 메웠다.
그동안 연극에 관심은 있었으나 정보 부재 혹은 단시일에 끝나버리고 마는 공연 때문에 좋은 작품이 소문날 틈도 없이 막을 내릴 수 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소극장이라는 하드웨어가 갖춰져 극단이 가지고 있는 레퍼토리를 장기간 공연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 것이다. 다음은 이번 소극장 연극축제에서 공연되는 5개 작품이다.
▲ '장군슈퍼'의 한 장면. |
장군슈퍼의 외아들이자 이 시대의 청년 실업자 장군. 장군슈퍼에서 소일하며 시간을 죽이는 것이 일상인 장군은 가게에 찾아온 미선을 만난다. 동네 후배 성환에 의해 미선을 동네 약사로 오해하면서 미선과 가까이하게 된다. 장군에게 미선은 셔터맨이라는 편안한 삶을 보장할 돌파구였다. 셔터맨을 꿈꾸는 장군에게 뜻밖의 전화가 걸려오는데….
▲극단 토끼가 사는 달 '새끼'=오는 22일부터 30일까지 드림 아트홀. 엄마의 모성애를 소재로 한 '새끼'는 엄마의 무한한 사랑을 담은 작품으로 시각장애인 자녀를 둔 미혼모의 전쟁과 같은 삶의 이야기다.
칠흙같은 어둠을 오색 빛 세상으로 만들어주려는 자식의 짊을 함께 이고 가는 애틋한 엄마의 모습 속에서 도리어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엄마'라는 이 단어 하나만으로도 가슴 뭉클한 나름대로의 사랑과 희생 아픔의 이야기가 있다.
세 여자의 엄마와 자식 간의 관계를 통해 필연적이면서도 어쩌면 한쪽 가슴에 버려둔 끝도 없는 이야기가 연극을 통해 펼쳐진다.
▲극단 새벽 '날아라 병아리'=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소극장 마당. 외로움, 기다림. 반드시 그렇게 되리란 믿음으로 기다리는 것과 기다릴 수밖에 없어 기다리는 것, 이 두 가지의 기다림은 같지만 다르다. 옛 연인이 '다시와 먹으마'하고 남겨 두고 간 양주병에 소주를 부어 마시는 할머니에게 '양주병'은 연인을 기다리게 하는 유일한 사물이다.
그리고 면접에 늘 실패하는 손녀에게는 면접위원의 '끄덕거림'이 합격 소식을 기다리게 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된다. 작품 속 인물들의 기다림은 간절한 이상이다. 그러나 기다릴 때는 오지 않다가 어느 날 불쑥 찾아올 수 있는 것이 우리들의 삶에는 있으며 그 희망을 버리지 않기에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이 있음을 작품을 통해 전달한다.
▲ '7인의 천사'의 한 장면. |
▲ '꽃마차는 달려간다'의 한 장면. |
한 노인의 삶을 통해서 보는 우리시대의 자화상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퉁명스럽고 고집스러운 순보 노인의 삶을 통해 소외되고 홀대받는 서민들의 슬픔을 넘어 진한 아름다운 삶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친구와 가족의 의미' 그리고 '삶과 죽음' 죽는 것보다 더 아픈건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지는 것이라 말하는 한 노인의 회한의 눈물을 통해 감동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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