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기온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속에 길거리에서 잠든 노숙자와 취객들에 대한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17일 대전역 인근에서 한 노숙자가 쌀쌀한 날씨속에 잠자고 있지만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이민희 기자 photomin@ |
급격한 기온 하락에도 불구하고 도심 한 복판에 쓰러진 주취자들이 도움을 손길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다.
시민들은 이같은 상황을 무시할 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어 도시민들의 개인화 및 무관심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대전지방기상청에 따르면 18일 대전·충남지역 일부지역의 오전 최저기온이 0℃까지 예측되는 등 갈수록 기온이 떨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3일 자정께 대전 서구 둔산동 한 상점 앞에 한 중년 남성이 술에 취해 인도와 도로 사이에 쓰러진 채 그대로 방치됐다. 하반신은 도로 위에 놓여있고 상반신은 인도에 걸쳐져 주차를 하려는 차량에 치일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그러나 주변을 거니는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신고는 커녕 제 갈길에 바쁜 시민들에게 쓰러진 이 남성은 보이지도 않았다.
시민 김모(36·대전 서구)씨는 “술 취한 사람을 도와주다가 괜히 이상한 사람으로 몰릴까봐 아예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나 말고도 다른 사람이 도움을 주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다행히 경찰이 순찰도중 이 주취자를 발견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도왔다.
16일 비슷한 시간대에 둔산동 또다른 장소에서는 만취상태인 20대 여성이 인도의 차량출입을 막는 볼라드에 1시간 넘게 기대앉아 있기도 했다. 짧은 치마를 입었어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시민들은 도울 생각조차 하지 않는 등 도시민들의 무관심이 극에 달했다.
인근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임모(56)씨는 “날씨가 갑자기 싸늘해졌는데 길에서 자다간 얼어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여성의 경우에는 범행의 대상이 될 수도 있어 볼 때마다 아찔하다”고 말했다.
노숙자들도 마찬가지다. 야간 시간대 일부 지하도에서 신문 또는 담요에 의지한 채 잠을 청하는 노숙자들 역시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갈수록 떨어지는 기온 속에서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노숙자들의 길거리 취침을 막는 것 역시 지역사회의 역할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대전기상청은 18일 오전 최저 기온이 0℃까지 떨어지는 지역도 나타날 것으로 예보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여름에는 술에 취해 길거리에서 잠을 자거나 노숙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나마 줄어든 상태”라며 “그러나 기온이 떨어지면서 길거리에서 잠을 잘 경우 추위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만큼 순찰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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