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싣는 순서]
1.귀농·귀촌 제대로 알자
2. 귀농·귀촌에 대한 관심 높여야
3. 맞춤형 지원 정책 필요
4. 도시농업도 주목
5. 경험자에게 듣는 귀농·귀촌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증가한 귀농인구는 이제 농어촌 발전에 필요한 인력으로 성장했다. 농업에 대한 선입견과 IMF당시 급증한 귀농인의 영향 등으로 '귀농=실패'라는 인식도 사라졌다. 귀농에 대한 인식을 바꾼 이들은 이제 예비 귀농인들의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 선배 귀농인들에게 귀농시 유의해야 할 점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 탁성애씨(귀농 3년차) |
하지만 스트레스는 받지 않는다. 오히려 즐겁게 일한다. 3년 전 도시 생활하며 스트레스를 받던 당시를 떠올리면 상상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탁씨는 “귀농 전에는 도시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건강에 문제가 생길 정도였다”며 “결국 가족과 상의해 귀농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농촌 생활이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도시에서는 주변 사람을 신경쓰지 않고 살았지만 농촌은 달랐다.
그는 “도시민들은 대개 자기 일이 있고 자기세계가 뚜렷해 동네 주민과 어울릴 일이 없지만 농촌은 다르다”며 “마을에서 살기 위해서는 주민과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마을 주민과 어울리기 위해 탁씨가 선택한 방법은 마을 이장과 친해지기. 농촌 마을의 경우 대개 이장을 중심으로 마을 일이 논의되고 결정되기 때문에 이장과의 친분은 필수다. 또 마을 회의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마을 일에 동참하면 마을 주민과 쉽게 친해질 수 있다.
마을 주민과 친해져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농작물을 심을 때 책으로 이론 공부는 할 수 있지만 지역에 따라 발생하는 미묘한 차이는 역시 지역 주민이 전문가다. 땅의 성질이나 기후 특성을 잘 알고 있는 지역 농민의 도움이 작물을 키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탁성애씨는 “도시민들은 농촌에서 할 수 있는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농촌에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다 할 수 있다”며 “농촌은 자기 꿈도 펼칠 수 있는 살만한 곳”이라고 말했다.
▲ 장경자씨(귀농 10년 준비) |
장경자씨는 “농업도 엄연한 사업”이라며 “도시에서 사업을 준비하는 만큼 농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1만 3200㎡(4000평)의 땅에 농사를 짓고 있지만 이미 10년 전부터 귀농할 장소를 살피고 조금씩 준비해 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처음부터 욕심내지 말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자신만의 사업을 준비할 것”을 주문했다.
시작은 초보 농사꾼이었지만 지금은 귀농 도우미로 활약하고 있는 이환의(47·홍성)씨는 귀농 전문가가 다 됐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예비 귀농인에게 도움을 주고 충남의 귀농종합매뉴얼에 자문을 하는 등 정책 자문 역할까지 할 정도다.
▲ 이환의씨(귀농 15년차) |
그는 “같은 마을에 귀농인이 새로 왔을 때 선배 귀농인들이 챙겨주는 것은 이미 전통처럼 되어 있다”며 “이를 체계화해서 적어도 6개월 정도 작물의 생육단계별로 마음 놓고 물어볼 사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귀농인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발감을 줄이기 위해 귀농인이 정착하는 마을에 전입장려금을 지원하는 등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씨는 “과거 애경사를 동네에서 치러 마을 기금이 형성되어 있었으나 최근 장례식장, 예식장이 활성화 되면서 기금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전입장려금을 마을 기금으로 지원한다면 주민들의 인식 변화의 계기가 돼 귀농인이 정착하는데 보다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우 기자 jab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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