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칠]대전문화재단 자율성 보장을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조성칠]대전문화재단 자율성 보장을

[문화 초대석]조성칠 대전·충남 민예총 사무처장

  • 승인 2011-10-16 13:11
  • 신문게재 2011-10-17 20면
  • 조성칠 대전·충남 민예총 사무처장조성칠 대전·충남 민예총 사무처장
▲ 조성칠 대전·충남 민예총 사무처장
▲ 조성칠 대전·충남 민예총 사무처장
문화단체에서 활동한 지가 이젠 제법 세월이 흘렀다. 그 시간 속에서 만나왔던 많은 예술인 중 일정 정도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예술인을 보면서 마치 내 일 인양 가슴 가득 뿌듯함을 느껴보기도 하고 또 현실적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예술의 길을 접고 미련은 남겨둔 채 다른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능력 있는 예술인들을 지켜보면서 가슴 아파한 적이 많았다. 그때마다 이들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예술적 재능을 살려가며 같이 살 방법은 없는가에 대해 수많은 의견을 나누어 보고 대안도 모색해보면서 때론 절망감에 울고 때로는 작은 불씨 하나 발견해서 환호하기도 했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모든 문화정책의 생산이나 집행이 관 주도 일방통행 식이었다. 관이 정책을 제시하고 집행하면 그냥 따라가야 하고 어떤 감시나 완충 지대가 없이 반복적으로 또는 관습적으로 진행되는 퇴행적 정책집행이 일반화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것도 지역문화에 대한 정책다운 정책이 세워져 장기적 전망을 염두에 둔 정책집행도 아니고 주로 중앙에서 만들어져 시행되는 내용을 수동적으로 따라가며 집행하는 그런 구조로 말이다. 그래도 중앙은 전문가들의 감시와 관여가 있기도 하고 이러저러한 의견 수렴과정을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있어 조금씩 소통구조가 만들어졌지만, 지역은 그런 작은 장치마저도 용납되지 않고 소수의 권력 지향적 집단하고만 소통하고 그대로 그들의 방향에 조응하면서 집행되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관 중심의 문화, 또 특정계층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에서 벗어나 다양한 계층이나 종류의 다양성이 확보된 문화가 활발한 것이 국가나 사회를 위해서도 경쟁력이 있다. 물론 문화 선진국이라는 유럽이나 미주에서 선행된 것이기는 하나 우리에게도 관 주도의 문화 탈피에 대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지도 여러 해 되었다. 그래서 민과 관이 협치를 통해 관 중심의 경직된 문화, 비전문적인 정책 집행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을 만들어 이를 타개해보고자 하여 만들어진 것이 문화재단이다. 문화재단의 생명력은 자율성과 전문성 그리고 거버넌스 실현을 기반으로 한다.

다른 지역보다 늦게 대전에도 2년 전 문화재단이 세워졌다. 처음 만들어지는 과정에서의 여러 부적절한 부분이 노정되었지만 이제 와서 다시 거론하기보다는 세워진 이후 2년간 어떻게 연착륙을 위해 노력하였는지 살펴보는 것이 내일을 위해 유용할 것이다. 여러 각도에서 조망해볼 수 있겠지만 앞서 제기한 문화재단의 생명력을 이야기해보자. 재단이 주체가 되어 많은 사업을 진행했다고 하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주로 중앙이나 대전시의 요구를 받아낸 사업들이 대부분이다. 예산이나 주객관적 여건상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을 이해한다고 해도 현재 재단의 사업 추진 내용은 중앙이나 대전시의 일을 대행해주는 사업소 정도의 위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대전시가 사업에 대해 간섭하는 만큼 재단의 자율성은 그만큼 멀어지기만 할 것이다.

그리고 전문가들을 채용해 놓고 그 전문성을 살려내지 못하고 단순한 업무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내부 시스템이나 사업내용들은 또 얼마나 답답한 부분인가. 직원들은 전문적 지식을 갖고 나름대로 사명감도 있는 인재들을 뽑아놓고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정말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것은 시스템의 문제이기 이전에 사람의 문제다. 재단 이사장인 시장이나 집행 책임자인 재단 대표이사가 어떤 마인드로 운영하느냐에 따라 많은 부분 달라질 것이다. 부디 바라건대 재단을 권력이나 정치력에서 자유로운 독자성(자율성)을 보장해주시라. 그런 결단을 내릴 때 진정으로 문화재단이 지역에서 사랑받는 거버넌스의 모범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팔길이 원칙'을 상기해주시라.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2.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3.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4.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5.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1.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2.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5.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