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칠 대전·충남 민예총 사무처장 |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모든 문화정책의 생산이나 집행이 관 주도 일방통행 식이었다. 관이 정책을 제시하고 집행하면 그냥 따라가야 하고 어떤 감시나 완충 지대가 없이 반복적으로 또는 관습적으로 진행되는 퇴행적 정책집행이 일반화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것도 지역문화에 대한 정책다운 정책이 세워져 장기적 전망을 염두에 둔 정책집행도 아니고 주로 중앙에서 만들어져 시행되는 내용을 수동적으로 따라가며 집행하는 그런 구조로 말이다. 그래도 중앙은 전문가들의 감시와 관여가 있기도 하고 이러저러한 의견 수렴과정을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있어 조금씩 소통구조가 만들어졌지만, 지역은 그런 작은 장치마저도 용납되지 않고 소수의 권력 지향적 집단하고만 소통하고 그대로 그들의 방향에 조응하면서 집행되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관 중심의 문화, 또 특정계층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에서 벗어나 다양한 계층이나 종류의 다양성이 확보된 문화가 활발한 것이 국가나 사회를 위해서도 경쟁력이 있다. 물론 문화 선진국이라는 유럽이나 미주에서 선행된 것이기는 하나 우리에게도 관 주도의 문화 탈피에 대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지도 여러 해 되었다. 그래서 민과 관이 협치를 통해 관 중심의 경직된 문화, 비전문적인 정책 집행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을 만들어 이를 타개해보고자 하여 만들어진 것이 문화재단이다. 문화재단의 생명력은 자율성과 전문성 그리고 거버넌스 실현을 기반으로 한다.
다른 지역보다 늦게 대전에도 2년 전 문화재단이 세워졌다. 처음 만들어지는 과정에서의 여러 부적절한 부분이 노정되었지만 이제 와서 다시 거론하기보다는 세워진 이후 2년간 어떻게 연착륙을 위해 노력하였는지 살펴보는 것이 내일을 위해 유용할 것이다. 여러 각도에서 조망해볼 수 있겠지만 앞서 제기한 문화재단의 생명력을 이야기해보자. 재단이 주체가 되어 많은 사업을 진행했다고 하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주로 중앙이나 대전시의 요구를 받아낸 사업들이 대부분이다. 예산이나 주객관적 여건상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을 이해한다고 해도 현재 재단의 사업 추진 내용은 중앙이나 대전시의 일을 대행해주는 사업소 정도의 위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대전시가 사업에 대해 간섭하는 만큼 재단의 자율성은 그만큼 멀어지기만 할 것이다.
그리고 전문가들을 채용해 놓고 그 전문성을 살려내지 못하고 단순한 업무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내부 시스템이나 사업내용들은 또 얼마나 답답한 부분인가. 직원들은 전문적 지식을 갖고 나름대로 사명감도 있는 인재들을 뽑아놓고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정말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것은 시스템의 문제이기 이전에 사람의 문제다. 재단 이사장인 시장이나 집행 책임자인 재단 대표이사가 어떤 마인드로 운영하느냐에 따라 많은 부분 달라질 것이다. 부디 바라건대 재단을 권력이나 정치력에서 자유로운 독자성(자율성)을 보장해주시라. 그런 결단을 내릴 때 진정으로 문화재단이 지역에서 사랑받는 거버넌스의 모범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팔길이 원칙'을 상기해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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