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을 사칭했어도 공무(公務)에 해당하지 않는 범죄행각을 벌였다면 공무원사칭죄가 성립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같은 행위만으로는 공무원사칭죄를 묻기 어렵다.
대전경찰청은 13일 국정원 직원을 사칭해 건설현장 함바식당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피해자로부터 건설사 임원과의 교제비 명목으로 4000만원을 가로챈 A(40)씨에 대해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앞서 대전경찰청은 지난 7월 21일 청와대나 국정원 등 정부 주요기관 직원을 사칭해 토지용도 변경을 쉽게 해주겠다며 로비자금 명목으로 6600만원을 받아 챙긴 B(58)씨에 대해서도 사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국정원 등 정부기관 직원을 사칭해 자신의 이득을 챙긴 이들의 경우, 사기 혐의만 적용될 뿐이다. 형법에 따르면 공무원자격사칭죄는 공무원이 아닌 자신을 해당 공무원으로 속여 공무원이 행할 수 있는 직권을 해야만 성립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경찰을 사칭한 뒤 일반 시민을 붙잡아 주민등록증을 확인하는 등 불심검문을 한다면 공무원자격사칭죄에 해당하지만 유흥점에서 경찰을 사칭해 외상을 할 경우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공무원 사칭으로 인한 각종 범죄를 막기 위해선 범행 내용에 상관없이 공무원 사칭만으로도 공무원사칭죄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시민은 “국정원 직원이라고 말하면서 접근하게 되면 겁내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범죄자들이 이런 점을 충분히 악용할 텐데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만들어야하지 않겠냐”고 따져물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공무원을 사칭해 그 공무원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만 공무원자격사칭 혐의를 물을 수 있다”며 “그러나 거짓을 행해 금품을 갈취하는 등의 경우에는 그에 해당하는 사기 혐의 등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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