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이래 첫 연임에 성공한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이 연임 과정에서 불거진 내홍 여진이 가시지 않고 확전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학교 일각에선 서 총장이 2014년까지 정해진 임기를 채우기 위해선 카이스트 구성원들로 부터 재신임을 받을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내려져야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카이스트 구성원들 간에도 서 총장 용퇴를 둘러싸고 다소 온도차가 있다.
사태를 관망하던 카이스트 총학생회는 12일 서남표 총장이 혁신비상위원회의 결의안을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총학생회는 성명에서 “총장은 혁신위 의결사항 이행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다”며 “대학평의회를 즉각 구성하고 실효성 있는 학생 의결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총학은 이날 전체 재학생 2893명 중 732명(18.4%)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 응답자 가운데 56.7%에 달하는 415명은 총장이 지금까지의 일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참여율이 과반수에 크게 못미쳐 학생들의 의견을 대표하기에는 충분치 않으나 서 총장이 내부 구성원으로부터 신뢰성을 얻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다만 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내용을 성명서에는 담지 않은 점이 교수협측과 다른 점이다.
반면 교수협은 강경 모드로 서 총장을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지난 11일 서 총장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독단적 경영, 특허권에 대한 사익 추구 의혹, 중요 사태에 대한 책임 회피 등 지도자로서 적절치 못한 모습을 보여왔다”며 서 총장의 용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이같은 교협의 강경 입장은 혁신위 의결사항 이행과 상관없이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너무 정치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카이스트의 한 교수는 “교수, 학생 등 내부 구성원들에게 중도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서 총장이 버틸수록 관련 의혹들이 불거져 나올 수 있다”며 “미국 MIT 학과장 시절 대우로 부터 투자받은 돈의 실체와 서 총장의 2년 임기 약속 루머 등에 대해 충분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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