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성 부국장·도청팀장 |
최근 방영된 애정남에서 개그맨 최효종은 남녀사이의 스킨십 허용 가능한 시기에 대해 흥미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연인사이에 신작영화 3편 이상 보고, 특정 맛집 3곳 이상 가며 누적통화시간 100시간 이상 돼야 비로소 스킨십을 허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일 3시간 이상 전화통화를 하고, 매주 한 번씩 만나 특정 맛집에서 밥 먹고, 영화 한 편씩 보며 데이트를 즐긴다하더라도 애정남의 말대로라면 최소 1개월은 사귀어야 스킨십을 허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상대방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최소의 기간이 지난 후에야 스킨십을 허용하라니, 가벼운 웃음만 자극하는 개그는 아닌 듯싶다.
올해의 국정감사 장면들을 지켜보며 필자의 머릿속을 헤집고 지나간 것은 다름 아닌 TV 개그프로 '애정남'이었다. 알맹이 없이 쭉정이만 가득한 국정감사, 반말과 고성(高聲)이 오가는 국정감사의 모습에서 '국감 무용론, 애정남에게 물어볼거나' 하는 코믹한 생각을 떠올렸다면 국감을 너무 희화화한 것일는지?
지난 5일 열린 충남도 국정감사장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부 의원들은 도정에 대한 송곳 질의는 접어둔 채 안희정 충남도지사에 대한 칭찬 일변도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한 의원은 '부족한 도청이전사업비에 대해 지원사격 해 줄테니 대통령을 조르라'는 의도의 말까지 내뱉었다. 오죽했으면 피감기관인 충남도청 직원들이 오히려 '너무 맥없이 끝났다'며 허탈해했을까. 국정감사에 앞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회의원 10명이 충남도청에 요구한 자료만도 290여건에 달했으며 이는 1065쪽과 873쪽짜리 국정감사요구자료 2권에 수록됐을 정도의 분량이다. 방대한 답변 자료를 준비하는데 1개월 이상 걸린 점 등을 감안한다면 피감기관 직원들의 심정도 이해할만하다.
게다가 국정감사를 2시간 남짓 서둘러 마무리 짓고 의원들은 도청이전지인 내포신도시 현장방문에 나섰지만 정작 참석한 인원은 10명의 의원 가운데 달랑 2명에 불과했다. 이것이 어디 제대로 된 국정감사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전국광역자치단체 공무원노조는 '지방자치를 말살하는 국정감사를 개선하라'고 강조하는 실정이다. 공무원노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정감사의 범위를 국가위임사무와 국비지원사업으로 제한해 줄 것을 촉구했다.
내포신도시 사업 가운데 충남도청사 신축사업이 바로 대표적인 국비지원사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충남도청 국정감사에 참석했던 국회의원 가운데 상당수는 스스로 감시자의 역할을 포기했던 것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정부의 행정활동을 감시할 수 있는 기회가 곧 국정감사이며 이 같은 국정감사를 의정활동의 꽃이라 하지 않는가.
국정감사 현장 방문을 통해 국비로 건립되는 충남도청사가 잘 올라가는지, 또는 요즈음 일부 지자체에서 논란이 되는 호화청사는 아닌지 여부도 꼼꼼히 확인해보는 한편 국비가 부족하다면 얼마나 추가 지원해줘야 2013년 1월 시무식을 이곳에서 차질 없이 가질 수 있는지 등등 국정감사에서 살펴봐야 할 일들이 태산 같지 않은가.
과거 고 노무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에 빛났던 '청문회 스타'를 요구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저 국정감사에 참여하는 국회의원들이 직무유기하지 말고 제 역할만이라도 충실히 해달라는 요구일 뿐이다. 비단 어제 오늘의 이야기만은 아니지만 '국감 무용론'이 지속되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국감 무용론' 계속되면 정말 내년 4·11 총선 이전에 애정남에게 질문 들어갑니다.
'낙선시켜야할 국회의원 자질은 무엇이며 어떤 의원이 낙선시켜야 할 대표적인 인물인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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