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철]스타벅스, 커피를 사는가 브랜드를 사는가

[강신철]스타벅스, 커피를 사는가 브랜드를 사는가

'생각을 깬' 두남자의 세상을 바라보는 2가지 시선

  • 승인 2011-10-11 14:13
  • 신문게재 2011-10-12 12면
  • 강신철 백북스 운영위원장강신철 백북스 운영위원장
[백북스와 함께 읽는 책 - 크로스]

이 책의 공동저자 정재승은 키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부교수다. 다보스 포럼 '2009 차세대 글로벌 리더'에 선정되기도 한 그는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사회현상에 대한 과학적 통찰을 함께 나누고자 다방면의 즐거운 글쓰기를 시도하고 있다. 진중권은 독설가로도 유명한 이 시대의 대표적인 논객이자 미학자다. 서울대에서 미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을 공부했다. 디지털 시대를 관찰하는 재미에 빠져 있으며 먼 훗날 에어택시 조종사를 꿈꾸고 있다.

▲ 크로스
▲ 크로스
과학자와 미학자의 생각을 합치면 어떤 모습일까? 책 제목에서부터 궁금증을 자아내는 책이다. 이 책은 전통적인 시각으로 읽으면 별로 유익하지도 않고 일종의 거부감도 느껴질 수 있다. 저자들이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듯이 독자도 이 책을 새로운 눈으로 읽어야 저자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안젤리나 졸리, 스타벅스, 구글, 스티브 잡스, 마이너리티 리포트, 제프리 쇼 등 대부분의 키워드들이 서양, 그것도 미국의 대표적인 브랜드나 인물명이다. 물론 개그콘서트, 강호동과 유재석, 생수, 몰래카메라 등 우리나라의 키워드들도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 비중이 적다. 국수주의적 사고에 갇혀 있으면 이 책을 끝까지 읽기 어렵다. 그냥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줄 알아야 이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람들의 소비행태를 객관적 시각으로 바라보면 그 상품이 어느 나라에서 만들어진 것이든 상관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즐기는 영화나 각종 문화상품들도 누가 만들었든 어느 나라에서 들여온 것이든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글로벌 시대의 의미가 강대국들에 의해 강요된 것이든 매판자본주의의 산물이든,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상품이 우리에게 주는 효용과 가치, 그리고 가격과 품질이다.

물리적 상품이든 문화적 상품이든 소비자들이 상품을 구매하는 목적이 달라지고 있다. '커피'라는 물리적 상품을 판매하고 구매하는 전통적 개념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사고 품위를 소비한다. 취미나 취향이 같은 사람들이 공동체를 형성하고 그 공동체의 일원이 되기 위해 특정 브랜드를 소비하는 새로운 구매패턴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만든 애플 제품들은 가격이나 성능에 상관없이 신제품이 출시되면 종교집단 교주의 계시라도 받으려는 듯 장사진을 친다. 기존의 마케팅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다.

21세기에 유행하는 영화나 예술작품은 인문학과 과학의 경계를 무너뜨릴 뿐만 아니라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넘나든다. 하드웨어적 사고에 젖어 있는 사람은 가상의 세계를 현실 세계와 엄격하게 구분하려는 경향이 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나 미디어 아티스트 제프리 쇼의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물리적 감각의 세계를 뛰어넘어 상상의 세계를 현실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려는 욕망이 휴대용 전화기에 부착된 카메라 기술의 발전을 부추기고, '셀카'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냈다. 소위 얼짱각도에서 연출된 셀카 이미지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이 투영된 가상의 세계다. 이러한 욕망의 물리적 표출은 쌍꺼풀 수술의 열풍에서도 나타나고, 맹목적 생수 구매, 일본의 키티 캐릭터에 대한 맹신적 충성심 등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비와 사회현상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진화하기 때문에 우리가 미처 그 심리적 배경을 깨닫기도 전에 다른 것으로 대체되고 있다. 그렇다고 무비판적으로 이러한 변화를 그저 소비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과학자 정재승과 미학자 진중권의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읽어내는 것은 인간을 다시 현상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으로 복귀하고 싶은 우리의 더욱 근본적인 욕망을 대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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