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가맹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지만, 소비자는 물론 조세당국과 일부 정치권 등의 입장이 달라 향후 적잖은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1만원 이하 결제 거부 허용=금융위원회는 1만원 이하에 대해 신용카드 결제 거부를 허용하는 방안을 포함한 신용카드시장 구조개선 종합대책을 마련한다고 10일 밝혔다.
이를 위해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19조 1항을 1만원 이하는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개정하는 쪽으로 검토 중이다.
현행 여전법에는 신용카드 가맹점이 카드 결제를 거부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금융위의 이 같은 방침은 현행 조항이 중소상인의 가맹수수료 부담을 키우고, 헌법상 과잉 금지에 해당한다는 가맹점주들의 주장을 일부 수용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가맹점이 1만원 이하 카드결제를 거부하더라도 현금영수증은 발급해주도록 해 세금 탈루를 예방할 계획이다.
또 소액 카드 결제 거부와 맞물려 있는 카드·현금 이중가격제는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
▲논란 가열=가맹점주들은 한 발 더 나가서 카드 의무 수납 규정을 모두 폐지하라고 주장하는 반면, 소비자들은 현행대로 소액 결제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맹점주들은 카드 결제가 비용을 수반한다는 점과 카드로 결제하면 결제금액의 일정비율을 카드사에 수수료로 내야 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다시 말해, 1만원 이하의 물건을 팔면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대흥동의 K 김밥점 관계자는 “음식값 대부분은 1만원 이하다. 그런데도, 20% 넘는 고객이 카드를 내민다”며 “장사도 잘 안 되는데, 수수료까지 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선 큰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소액 결제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반발한다.
회사원 정모(36)씨는 “카드를 쓰면 번거로운 현금영수증 발급이 필요 없어 연말정산할 때도 편하다”며 “이미 카드 생활이 익숙해진 상황에서, 소액 결제 거부는 상식을 거스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소액 결제를 거부하면, 오히려 소비자들의 반감을 사서 매출이 더욱 줄어들 수도 있다”며 “특히, 조세당국과도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법 개정 과정도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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