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낙빈 대전지방기상청장 |
기상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예는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우선 가정에서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농산물 가격의 상승이다. 폭우나 일조량 부족으로 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않아 공급량이 감소하고, 가격이 폭등하게 된다. 추석 제사상에 올릴 배 하나가 만원 대를 훌쩍 넘어 가계에 부담을 준 것도 기상과 무관하지 않다.
집중호우 등 여러 기상재해를 생각하면 그 액수는 더욱 커진다. 지난해 기상재해로 인한 농업부문의 복구비가 9035억원에 이르고, 최근 10년간 농업기상재해 복구비는 연평균 6705억원이나 된다. 충남지역에서도 올 집중호우로 인해 약 30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으니 빗물 구입비 치고는 너무 비싸다.
기상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전대비를 위한 투자가 우선 되어야 한다. 그럼 기상재해는 단지 인프라 구축의 문제인 것이었나 하는 의문이 생긴다. 폭우와 강풍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다 해도, 정확한 기상예측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유명무실한 것 아닌가. 바로 이 부분이 기상정보가 지닌 막대한 가치를 분명히 인식할 수 있다. 적시에 발표한 기상특보와 잘 구축된 기상재해 대비 시스템이 합쳐져야 우리 지역 300억 원의 손실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기상재해로 인한 기상의 경제적 손실을 계산하기 어렵다면, 이익이 분명히 보이는 산업쪽에서 살펴보자. 요즘 기업들의 주요 전략으로 떠오르는 것이 '날씨경영'이다. 기상상태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큰 부분을 차지한다. 물류의 생산과 수송 뿐만 아니라 경영전략에도 날씨가 큰 영향을 미친다. 간단한 예로, 황사가 올 때 마스크와 돼지고기의 소비가 증가하고, 폭염과 한파는 냉ㆍ난방기의 판매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날씨변동에 따라 업계가 상승세를 타기도 하고 하락세를 타기도 하는 것이다. 갑자기 찾아온 가을 날씨로 해수욕장은 조기에 폐장했고, 물놀이 용품과 빙과류 업체도 쓴웃음을 지어야 했다.
2000년에 이미 WMO(세계기상기구)에서는 기상정보가 투자 대비 5~10배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발표한 바 있다. 국내의 한 손해보험사(메리츠화재)에서는 날씨를 알려주는 SMS로 약 51억 원의 재무적 손해를 줄인 예가 있는데, 일정량 이상의 비나 눈, 안개와 같은 위험기상이 예보되면 해당 지역의 자동차보험 가입고객에 SMS를 통해 날씨정보를 사전에 알려주어 7개월 간 약 200여 건의 교통사고를 감소시킬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건설사(대우건설)에서는 기상정보를 활용해 공정, 품질, 원가 등에서 연 매출액의 약 6%에 해당하는 금액을 절감하는 효과를 보았다하며, 편의점(훼미리마트)에서는 날씨에 따라 상품진열을 차별화 하고, 유통기한에 따른 패스트푸드의 발주량을 조절하는 전략으로 재고 비용을 크게 감소시킨 바가 있다. 아직도 오늘의 날씨가 찾지 않아도 들려주는 정보이고, 햇빛은 언제나 무료이며 빗방울은 우산을 들게 만드는 불청객일 뿐인가? 기상정보는 GDP 51%를 쥐고 있는 경제계의 큰 손이며, 다양한 분야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핵심 요소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