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노상 대전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
나라마다 인종도 환경과 성격도 다르고 자연환경도 물맛도 다르듯이 인사말도 나라마다 지역마다 다르다. 내가 유학을 했던 오스트리아는 아침이건 밤이건 '세어부스(Servus)'라는 말로 인사한다. 나도 유학시절 처음에는 생각 없이 뜻도 모르고 남들이 쓰니까 습관적으로 사용했던 이 인사말 세어부스라는 단어의 뜻을 그 나라 친구에게 물어보았더니, 어원이 라틴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안다며 뜻은 '나는 당신의 하인입니다'라는 뜻이라고 말해 주었다. '당신의 하인?' 나는 모든 사람에게 '당신의 하인'이라고 하며 다닌 것이다.
사회적 신분이나 나이의 고하도 관계없이 모두 서로 세어부스라고 인사한다. 대통령도 국민에게 나는 '당신의 하인'이요 라고 인사하고, 할아버지가 손자에게도 남편이 아내에게도 이렇게 인사를 하니 평화로운 곳이 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남을 먼저 생각하고 상대방을 주인으로 먼저 생각하며 사는 곳 이곳이 천국이 아닌가?
문득 초등학교 때 이야기를 잘해주시던 담임선생님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천국과 지옥에 사람들이 식사할 때 자기 팔보다 긴 수저를 사용하여 밥을 먹는 것은 똑같은데 천당에는 서로 먹여주어 아무 불편함 없이 배불리 먹지만 지옥에서는 서로 먹으려 하나 자기보다 긴 수저로는 도저히 자기 입에 음식물을 넣을 수 없어 굶주림에 고통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다. 많은 사람이 아는 단순한 이야기이며 초등학생이던 내가 들어도 지옥에 있는 사람들은 참으로 안타깝고 어리석다고 생각한 이야기이지만 우리 사회는 이런 마음을 갖지 못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어떤 구성원이든 즉 개인과 개인, 개인과 단체, 단체와 단체 간에 서로 위하는 하인의식이 필요하다. 남을 누르며 압박해 서로 위에 군림하려 하지 말고 남을 위해 봉사하는 하인의식이 우리사회 모든 분야에 기본적으로 깔려 있어야만 한다.
각 도시에 소속돼 있는 각 분야 예술단체에서 연주나 공연에 종사하는 단원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예술의 혼을 우리 시민들을 위해 전달하며 시민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려는 마음으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운영과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시 관계자와 거기에 소속돼 있는 문화예술단체, 또 공연무대 뒤에서 역할을 하는 직원들은 단원들을 위해 어떠한 것들을 지원하고 예술 활동에 불편함을 못 느끼게 할 수 있나 생각해 나간다면 더욱 문화예술이 아름답게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전시는 행정중심으로서만 아니라 문화예술 또한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지대한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안다. 다른 도시에서는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다양한 노력과 지원도 하게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한 가지 더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할 일은 예술인들에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은 물론, 지금 대전시에 소속돼 있는 시립예술단체인 교향악단, 합창단, 무용단 등 단체별로 보다 특성 있게 활동할 수 있도록 각 단체별로 분리 조례 및 운영규칙으로 개정되어 운영되기를 바란다.
서로간의 장르가 다른 예술을 똑같은 잣대 속에 운영되고 판단된다는 것은 예술 본연의 독창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발로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이제라도 장르별 특성에 맞는 조례와 운영규칙의 환경들이 만들어질 때 대전의 시립예술단체들은 보다 개성있는 요리사가 되어 지금보다 더욱 승화된 예술 가치성이 발휘되고 시민들에게 풍족한 마음의 양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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