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병대 홍성고등학교 교감 |
그 날 이후 나의 지도는 날개를 달았다. 휴지 버리는 녀석, 군것질 하는 녀석, 야자 시간에 꾸벅꾸벅 조는 녀석들은 나의 표적(?)이 되어 해병대보다 무서운 유병대의 일장 훈시를 들어야 했다.
우리 학교는 2011 대한민국 좋은학교 박람회 참가학교로 선정되었다. 좋은학교는 보통학교와 달리 뭔가 있다.
그렇다. 우리학교는 개교이래 처음으로 1학년을 대상으로 추석을 목전에 둔 9월초에 3박 4일간 나라사랑 해병대 병영캠프를 실시했다. 아이들은 입이 나왔다. “왜 우리만 가지고 그래. 추석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라며 거부감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어떤 아이들인가? 70년 전통 서해안의 명문 홍고인답게 힘든 훈련을 통해 강인한 도전정신과 호국의식을 길러 나라사랑을 다지고자 전원 캠프에 참여하였다.
삼룡이(가명)는 학교에 와서는 말을 하지 않는다. 언어장애? 아니다. 집에서는 가족과 대화를 나누며 가끔 동네가 떠나가도록 소리도 지른다고 한다.
삼룡이는 초등학교 고학년이후부터 친구, 선생님들과 말을 하지 않기 시작했다. 원인은 삼룡이만 안다. 부모님도 선생님도 걱정이다.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학교에서 삼룡이의 입은 굳게 닫혀 있다.
그런데 이 녀석 신기하게도 학교생활에는 비교적 잘 적응하고 있다. 금년에도 높은 학구열로 성적우수자를 대상으로 한 여름방학 중국연수를 다녀왔다. 물론 연수중에도 말은 하지 않으나 친구들과 선생님을 잘 따랐다. 정말 연구와 치료의 대상 삼룡이다.
태안 바닷가 꾸지마을 해병대 캠프장에는 홍고인 240여명이 내뿜는 기합 소리가 바닷물을 출렁이게 했다. 해병대 출신 베테랑 교관의 지도로 체력 훈련, 헬기 레펠, 해병축구, 해변 구보 등 다양한 특수훈련을 한 명의 낙오도 없이 소화했다.
수료식 30여분 전. 교육대장이 찾아와 “삼룡이도 교육을 잘 받았습니다. 이제 제법 말도 합니다.” 우리는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믿을 수가 없어요. 거의 5년간 말을 안했는데….” 마침 수료식에 참가하기 위해 행진하는 아이들 틈에서 교육대장은 용케도 삼룡이를 발견하고 불렀다. “삼룡아, 힘들었지?” 담임선생님의 걱정에 삼룡이는 미소를 지으며 “힘들지 않았습니다. 필승”하며 거수경례를 하였다. 처음 듣는 삼룡이의 앳되고 맑은 목소리에 담임선생님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주위 선생님들 모두 눈시울을 적셨다. 교직 생활 30년. 눈물 없이는 느낄 수 없는 참으로 명장면이다.
학교교육에서도 해법을 찾지 못한 삼룡이의 말문을 열게 해 준 해병대 교육. 해병대만의 신비한 묘약이 있는가 보다. 전우와 동기를 믿고 이들과 더불어 모든 난관을 돌파하는 해병대 정신이 삼룡이에게 전이된 것일까? 교육대장은 “삼룡이가 혹 학교에서 적응을 또 못하면 연락 주십시오. 당장 달려가겠습니다.” 역시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당신들은 진정한 조국의 아들.
학교에 돌아온 삼룡이는 선생님과 친구들 질문에 단문으로 짧게 말을 한다. 이제 삼룡이가 자기 주관이 뚜렷한 장문의 답도 하고 질문도 가능하도록 하게 하는 것은 우리 교육자의 몫이다. 그래야 해병대보다 무서운 진정한 교육자 유병대가 될 수 있다. 아! 내년 해병대 병영캠프에서는 또 어떤 기적이 일어날까? 그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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