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원배 목원대 총장 |
미국의 오바마 정권은 한국의 교육문화와 전통을 보고 배우라고 한다지만 우리는 반대로 미국의 과학적 증거에 기초한 교육정책에 대한 강조를 한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교육부 산하기관인 교육연구진흥원을 교육과학원으로 개편하는 법안에서 그 이유를 '과학적 방법에 기초한' 교육정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단어를 백 번 넘게 사용했다고 한다. 이는 대통령도 교육이 과학이어야 함을 깨닫고 교육을 과학적으로 유도하고자 강조하였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교육정책이 한번 만들어져서 시행되고 평가되기까지는 보통 5년 정도 걸린다는 통계를 보면 4년 주기의 미국대통령 임기와 무관하게 교육정책이 실행되고 효과성이 측정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시로 변화하는 우리나라 교육정책 속에서 해마다 고교입학으로 대학입시로 대학평가로 정신이 없는 교육현장을 생각하면 우리도 이렇게 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긴다.
전국의 대학들이 교육과학부 평가결과로 아우성이다. 가을과 겨울은 우리나라 전국대학들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아주 중요한 시기인데 이와 맞물려 대학은 대학대로 입시생 교실은 그들대로 혼란스럽다.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대학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일은 인생의 전환점을 돌게 되는 중대한 결정의 시기이기도 하다. 평가결과 발표로 그 파장에 떨고 있는 대학들이나 대학선택을 놓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학생과 학부형들이나 우리나라 교육정책에 불만이 있기는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교육이 되어야 하는지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각 대학은 대학별 각기 다른 설립목적과 차별화된 운영철학을 가져가야 한다. 설립의 배경과 교육에 부여하는 가치가 차별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대학들도 파고 들어가면 유형이 각기 다르다. 연구중심으로 세계에 우뚝 선 대학들, 대학원과정 없이 학부학생들만 잘 가르치는 대학들, 학비가 정말 비싸지만 차별화된 서비스로 학생과 학부형을 만족시키는 대학들, 학비가 정말 저렴해서 누구나 부담 없이 다니는 대학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일정부분에 대해 끝없이 정부의 간섭을 받아야만 하는 대학들, 국민 세금과 무관하게 운영되기 때문에 대학고유의 철학을 유지하는 대학 등 정말 다양하다. 우리는 이제 대학이 품어야 하는 가치와 철학이 무엇인지도 과학적으로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과학은 현재 상태에 의문을 품고 새로운 가설을 세울 때 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똑 같은 의문을 품고 똑 같은 가설을 세우고 또 같은 방향으로만 움직이면 그 결과는 크게 기대할 것이 없다. 학교교육은 워낙 많은 수의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움직이기 때문에 교육정책이 하나 만들어지려면 많은 상황을 고려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야 한다. 학교를 운영해보면 정말로 많은 변수와 경우의 수가 곳곳에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겉으로 봐서는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다.
교육현장과 상황을 숫자로만 표현하면 아마 전체의 30%도 나타낼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모여서 사람들은 가르치는 곳이기 때문이다. 절대적으로 질적인 가치와 연구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교육에서 가치와 결과의 모양새는 오랜 시간이 걸려 나타난다. 성공 여부를 결정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시간을 주고 교육현장에서 관련 정책이 실행되어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여유 있게 기다려야 한다. 하나의 실험이 끝나기도 전에 결과가 안 나타났다고 다음실험으로 넘어가면 과학적인 발전은 전혀 기대할 수 없다. 교육이 과학이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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