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배]교육은 과학이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원배]교육은 과학이다

[목요세평]김원배 목원대 총장

  • 승인 2011-10-05 14:20
  • 신문게재 2011-10-06 20면
  • 김원배 목원대 총장김원배 목원대 총장
▲ 김원배 목원대 총장
▲ 김원배 목원대 총장
사회가 과학화되듯 교육도 지극히 과학화되고 있다. 교육 내용이나 방법, 운영 모두 과학적으로 설계하고, 검증받고 평가한다. 따라서 많은 수의 대상자와 엄청난 관련 업무를 수반하는 교육정책은 지극히 과학적으로 연구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한번 만들면 오랫동안 시행되어 수정되면서 정착되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한번 수립된 교육정책 실행에 조그만 문제가 생길 때 마다 가벼운 후속 대책이 이어지면 관련자들은 꿈쩍도 안 하고 다음 정책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거나 외면해버린다. 나아가 교육정책 위에 정치와 경제논리까지 올려놓으면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들까지 마음이 공중에 떠다니게 된다. 교육정책이 과학적이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대상자와 관련자들에게 필요하고 유용성을 주기 위한 것이지 홍보나 자랑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의 오바마 정권은 한국의 교육문화와 전통을 보고 배우라고 한다지만 우리는 반대로 미국의 과학적 증거에 기초한 교육정책에 대한 강조를 한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교육부 산하기관인 교육연구진흥원을 교육과학원으로 개편하는 법안에서 그 이유를 '과학적 방법에 기초한' 교육정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단어를 백 번 넘게 사용했다고 한다. 이는 대통령도 교육이 과학이어야 함을 깨닫고 교육을 과학적으로 유도하고자 강조하였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교육정책이 한번 만들어져서 시행되고 평가되기까지는 보통 5년 정도 걸린다는 통계를 보면 4년 주기의 미국대통령 임기와 무관하게 교육정책이 실행되고 효과성이 측정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시로 변화하는 우리나라 교육정책 속에서 해마다 고교입학으로 대학입시로 대학평가로 정신이 없는 교육현장을 생각하면 우리도 이렇게 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긴다.

전국의 대학들이 교육과학부 평가결과로 아우성이다. 가을과 겨울은 우리나라 전국대학들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아주 중요한 시기인데 이와 맞물려 대학은 대학대로 입시생 교실은 그들대로 혼란스럽다.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대학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일은 인생의 전환점을 돌게 되는 중대한 결정의 시기이기도 하다. 평가결과 발표로 그 파장에 떨고 있는 대학들이나 대학선택을 놓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학생과 학부형들이나 우리나라 교육정책에 불만이 있기는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교육이 되어야 하는지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각 대학은 대학별 각기 다른 설립목적과 차별화된 운영철학을 가져가야 한다. 설립의 배경과 교육에 부여하는 가치가 차별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대학들도 파고 들어가면 유형이 각기 다르다. 연구중심으로 세계에 우뚝 선 대학들, 대학원과정 없이 학부학생들만 잘 가르치는 대학들, 학비가 정말 비싸지만 차별화된 서비스로 학생과 학부형을 만족시키는 대학들, 학비가 정말 저렴해서 누구나 부담 없이 다니는 대학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일정부분에 대해 끝없이 정부의 간섭을 받아야만 하는 대학들, 국민 세금과 무관하게 운영되기 때문에 대학고유의 철학을 유지하는 대학 등 정말 다양하다. 우리는 이제 대학이 품어야 하는 가치와 철학이 무엇인지도 과학적으로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과학은 현재 상태에 의문을 품고 새로운 가설을 세울 때 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똑 같은 의문을 품고 똑 같은 가설을 세우고 또 같은 방향으로만 움직이면 그 결과는 크게 기대할 것이 없다. 학교교육은 워낙 많은 수의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움직이기 때문에 교육정책이 하나 만들어지려면 많은 상황을 고려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야 한다. 학교를 운영해보면 정말로 많은 변수와 경우의 수가 곳곳에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겉으로 봐서는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다.

교육현장과 상황을 숫자로만 표현하면 아마 전체의 30%도 나타낼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모여서 사람들은 가르치는 곳이기 때문이다. 절대적으로 질적인 가치와 연구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교육에서 가치와 결과의 모양새는 오랜 시간이 걸려 나타난다. 성공 여부를 결정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시간을 주고 교육현장에서 관련 정책이 실행되어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여유 있게 기다려야 한다. 하나의 실험이 끝나기도 전에 결과가 안 나타났다고 다음실험으로 넘어가면 과학적인 발전은 전혀 기대할 수 없다. 교육이 과학이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