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수(41·주부)씨는 최근 대전의 한 사설 작업실에서 다이어리를 직접 만드는 교육을 받고 있다. 창업을 하기 위한다기보다는 맞춤식 다이어리를 만들어 볼 생각 때문이다. 자신의 다이어리뿐만 아니라 주변의 지인들에게도 생일 선물 등으로 나눠줄 생각에 오씨는 고된 작업 과정이지만 신이 났다.
오씨는 “요즘들어 명품 다이어리도 생기면서 고급화되기는 했지만 내가 원하는 내용의 다이어리를 구하기는 어려웠다”며 “각자의 취향에 맞춘 상품이라면 개개인 모두가 좋아할 것 같다”고 말했다.
▲ 대전 대덕구 신탄진의 한 수제화 공장에서 작업공이 구두에 망치질을 하며 맞춤식 수제구두의 밑창을 다듬고 있다. |
우선적으로 웰빙이 광범위하게 확대된 분야는 외식업계다.
대전 서구 둔산동 A 수제 국수전문점의 경우, 신선한 식재료를 미리 준비해놓은 뒤 고객의 주문을 받자마자 보이는 곳에서 직접 조리를 하기 때문에 신선도 뿐만 아니라 음식에 대한 신뢰감도 함께 제공해주고 있다. 죽을 전문으로 하는 B 음식점 역시 주문과 함께 조리를 시작한다. 이 업체의 경우, 최대의 맛을 고객에게 내놓아야 한다는 창업정신을 지켜가며 15분 가량의 조리시간에 대해 미리 고객에게 양해를 구한다.
B 음식점 대표는 “음식은 사람의 건강을 지켜주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조리해서는 안된다고 알고 있다”면서 “시간이 걸리지만 최고의 맛과 신선도를 제공한다면 고객 역시 계속 찾아올 것으로 믿는다”고 자부했다.
외식업계 뿐만 아니라 수제화 역시 현대인들의 선호도를 맞추고 있다. 최근들어 유성구에는 자신의 발에 편한 맞춤식 신발을 원하는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 수제화 상점이 생겨나고 있다.
개업한지 1개월이 채 안된 유성구 C 수제화 매장의 곽야물(48ㆍ여) 대표는 15년 동안 수제화 제봉을 해온 경험을 활용해 이제는 직접 수제화 시장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현재는 신탄진의 한 수제화 공장에서 제품을 들여와 판매하고 있지만 1~2개월안에 자신이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수제화를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곽 대표는 “대량으로 일정 모양으로 찍듯이 나오는 신발 대신 고객들은 자신의 발에 편한 신발을 찾는다”며 “발 모양이 특이한 경우에는 일반 신발이 맞지 않기 때문에 맞춤식 수제화를 신게 되면 건강에도 좋다”고 조언했다.
책을 직접 만드는 곳도 있다. 대전시 중구 대흥동의 '책만드는 여자'라는 공방의 경우, 직접 자신의 추억이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수제 도서를 만들 수 있는 곳이다.
책 자체를 '사는 책'에서 '만드는 책'으로 개념을 바꿔 인기를 얻고 있다. 자신의 노력이 담긴 책이 오히려 책의 의미보다는 자신만의 '보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지역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웰빙문화에서 비롯된 수제 문화는 현대인의 다양성이 그대로 반영돼 이제는 자신만의 작품이라는 인식까지 얻게 된 것이다.
수제품을 제공하는 기업 역시 늘어나고 있지만 수제 시장은 기성품을 판매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쌍방향 교류 즉,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재료 등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게 눈여겨 볼 부분이다.
그러나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는 수제품을 찾는 수요계층이 두텁지 않다는 것이 향후 더 확대될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점차 개인화되고 있는 현대사회속에서 정형화된 문화를 벗어나려는 욕구가 반영되기도 했지만 한때의 유행에 그칠 수 있다는 점 역시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웰빙을 추구하려는 부분이지만 이 역시도 직접 만들기에는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을 뿐더러 수제품이지만 대형업체에서 대량 생산되는 수제품이 현대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신탄진의 D 수제화 공장 관계자는 “수제 기술을 젊은 층에서도 배워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낸다면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수제품 시장이 지금보다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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