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훈]애플과 삼성, 그리고 한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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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훈]애플과 삼성, 그리고 한의학

[사이언스 칼럼]최승훈 한국한의학연구원장

  • 승인 2011-10-03 18:11
  • 신문게재 2011-10-04 21면
  • 최승훈 한국한의학연구원장최승훈 한국한의학연구원장
▲ 최승훈 한국한의학연구원장
▲ 최승훈 한국한의학연구원장
애플과 삼성간 특허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애플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 애플은 지난 6월 독일에서 삼성의 대표적인 스마트 폰인 갤럭시 S시리즈 등을 대상으로 특허 침해소송을 제기한데 이어 일본, 미국, 호주 심지어 한국에서도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삼성 역시 미국에서 애플 제품 수입 금지 소송을 시작으로 주요 국가에서 소송을 진행 중이며 이달 초 출시예정인 아이폰5에 대해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낼 예정이다. 삼성은 애플이 갤럭시 탭 10.1에 대해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을 되갚아 주겠다며 벼르고 있다.

양측의 특허 전황은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 전쟁에서 패한 쪽은 시장에서 치명적인 손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양측의 특허 전쟁은 무엇보다 향후 기술 분야에서 지적재산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전문가들은 현재 IT산업 이후에 떠오를 미래 산업으로 바이오분야를 주시하고 있다. 아직은 산업적으로 무르익지 않았지만 바이오 경제에 대한 기대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제약분야, 특히 천연물 신약분야에서 우리나라는 물론 선진국들이 앞 다퉈 특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이오 경제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우리에게 한의학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온 국민들이 잘 알고있는 동의보감이나 최고의 의학백과사전인 의방유취, 생생한 처방이 살아있는 구급방 등 수많은 한의학 서적에 소개된 치료기록은 그 자체가 살아 있는 지적재산권이기 때문이다. 이 의료 기록을 산업화할 수 있다면 한의학은 엄청난 국부의 원천으로 활용될 수 있다. 바이오 산업화라는 경주에서 우리는 다른 나라 보다 한발 짝, 아니 한참 앞서서 출발하는 격이다.

전통의학 기반의 천연물 신약은 매우 다양하다. 양약의 대명사격인 아스피린이 버드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살리신'을 제약화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항암제로 알려진 탁솔의 경우도 역시 주목나무 추출물이 주성분이며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는 팔각회향에서 유래한 것이다.

국내에서 개발된 전문의약품도 많다. 동아제약이 한 해 약 8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위염치료제 스티렌의 경우 쑥 추출물이 주요 성분이며 SK제약의 관절염 치료제인 조인스정 역시 한약재를 기본으로 한 제품이다.

아예 대표적인 한약처방을 그대로 제약화한 경우도 있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처방인 방풍통성산은 감초와 당귀, 방풍, 길경 등이 주재료다. 이밖에 이름만으로도 비만치료제임을 짐작할 수 있는 살사라진, 살포시 등이 모두 한약재를 기반으로 한 약품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으면 빼앗길 수도 있다. 인도의 '님(허브의 일종)'사례가 대표적이다. 인도의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에 기록된 천연 약재인 님을 인도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이 나무에서 추출된 여러 물질에 대해 각종 특허를 무더기로 걸었다.

이처럼 전통의학에 대한 특허공세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 천 년 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온 우리의 자랑스러운 자산이지만 우리의 안목과 의지가 없다면 남의 것이 된다.

우리 것을 다른 사람에게서 구입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천연물 신약 개발 붐을 주도하고 있는 일부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한약재와 처방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때 마침 정부가 나서 천연물 신약 개발 분야와 관련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것은 시의적절하다. 연구기관과 산업계는 이번 기회를 바이오 산업화라는 명제 실현을 위한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한의학은 우리 민족이 보유하고 있는 귀중한 지적 자산이다. 우리 선조들의 경험과 지혜가 담겨 있는 지식의 보물 창고다. 문서화 되어 있는 것도 있고 구전을 통해 민간요법으로 남아 있는 것도 있다.

이제 21세기 바이오 경제시대를 맞아 한의학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선택은 결국 지금 우리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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