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목동 넥센전에서 생애 첫 만루포를 쏘아올린 오재필(29·외야수)은 기쁨 대신 지난 시간을 먼저 떠올렸다.
▲ 지난 1일 넥센전에서 생애 첫 만루포를 쏘아올린 오재필. [사진제공=한화이글스] |
프로 7년차인 오재필은 항상 그래왔듯 생애 첫 만루포에도 겸손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공주고와 한양대를 졸업한 오재필은 2005년 독수리 유니폼을 입었지만 잦은 부상과 군 복무로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제대 후 올 시즌 복귀한 오재필은 오승택이라는 이름도 오재필로 바꾸고 심기일전했다.
올 시즌 전 스프링 캠프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오재필은 시즌 초반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고교시절 김태균에 버금가는 강타자로 인정을 받았던 그였지만 장기간 부상과 군복무로 떨어진 실전감각은 쉬이 올라오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외야수 용병 가르시아의 합류는 오재필의 설 자리를 더욱 좁게 만들었다.
이후 2군 생활이 계속됐지만 오재필은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언젠가는 다시 찾아올 기회를 잡기 위해 성실히 훈련에만 몰두했다.
9월 확대엔트리 적용 이후 다시 1군 기회를 얻은 오재필은 시즌 초반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9월 한 달 동안 34타수 9안타 타율 2할6푼5리를 기록한 그는 중요할 때마다 장타를 뽑아냈다.
대타 위주로 출전하던 그는 9월 중심타선에 선발로 출전하는 기회도 여러 번 얻었다. 생애 첫 만루포도 1회말 4번타자 최진행 대신 출전해 얻은 결과였다. 그의 겸손과 성실이 시즌 막바지에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마침내 빛을 보기 시작한 오재필. 그의 성실한 노력과 자기관리, 그리고 은혜를 아는 겸손함이 내년 시즌에 어떤 모습으로 빚어질지 자못 궁금해진다.
강순욱 기자 k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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